[기자수첩]재건축 규제완화 '버블'은 곤란

  • 등록 2014-09-15 오전 5:00:00

    수정 2014-09-15 오전 5:00:00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서울 서초구의 A아파트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9·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거래량은 늘지 않았는데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탓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용적률이 200% 가까운데다 단지폭이 좁아 사선제한 규제에 걸려 고층 아파트 건설이 쉽지 않다. 아파트 단지 밑으로는 지하철도 다닌다. 그럼에도 재건축 연한 단축의 기대감은 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줬다. 단지 재건축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3구에 위치하며, 재건축 가능 연한이 곧 도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하는 9·1부동산 대책 발표로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수혜지역으로 지목된 강남 3구와 목동 아파트들은 호가가 일제히 수천만원씩 올랐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번 대책은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지 재건축 추진의 핵심인 사업성을 높여준 것은 아니다. 사업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재건축 시기가 앞당겨진다고 해도 수혜를 입는 아파트는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용적률이 200%가 넘어가는 분당 아파트들은 이번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수도권을 휩쓸었던 ‘뉴타운 광풍’의 재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책으로 오히려 리모델링 추진 등 재건축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던 흐름마저 흔들릴까 우려된다. 도시재생이나 거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재건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재건축이 열풍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2009년 자신의 저서 ‘버블 경제학’에서 ‘사회적 전염’이 버블을 일으킨다고 했다. 수요자나 투자자나 자칫 재건축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낙관론에 전염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재건축 규제완화가 자칫 ‘버블’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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