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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마포구 등 2층 이상 방범창 설치 미비…담장 높이도 성인 평균 키 못미쳐
지난 12일 오전 대학가가 인접한 서울 서대문구 부근의 100여 개의 주택을 둘러보니 주택들의 1층 가구는 대부분 방범창을 설치했지만 2층 이상 가구는 방범창이 있는 곳이 드물었다. 주택들의 층수는 주로 3~5층이었다.
일부 주택은 가스배관이 옥상까지 연결돼 있어 배관을 타고 오는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기에 쉬워 보였다. 또 절반을 넘는 주택의 1층 대문이 손으로 열고 닫는 수동문이어서 자칫 문단속에 소홀 경우 외부인들이 주택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인근 주택에 사는 대학생 한모(23)씨는 “학교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세들어 살고 있는데 설 연휴에 고향인 충청남도에 잠시 내려갈 예정”이라며 “ 그 사이 빈집털이범이 찾아올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이 3층이지만 방범창이 설치돼 있지 않아 불안하다”며 “임시방편으로 밖에서 강제로 창문을 열면 소리가 울리는 윈도우벨을 사서 달아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1층 대문이 그대로 열려 있는 주택도 있었다. 또 일부 주택은 담장이 있더라도 높이가 1.5m정도로 성인 남녀의 평균 신장(지난 2016년 통계청 기준 남성 170.68㎝·여성 157.23㎝)에도 미치지 못했다.
설 연휴 침입범죄 100% 주택 창문…“철제 방범창이나 경보시설 설치해야”
보안전문기업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에는 주택에 불법으로 침입하는 침입범죄 발생 건수가 급증한다. 최근 3년(2015년~2017년)간 설 연휴 침입범죄의 하루 평균 발생 수는 전체 침입범죄 하루 평균보다 75%가량 많았다. 연도별로 설연휴 기간 침입범죄 발생 건수의 경우 2015년은 하루평균과 비교해 47%, 2016년은 100%, 2017년은 50%가 각각 증가했다.
또 설 연휴 기간에는 △음식점(34%) △학교(12%) △일반점포(10%) △주택(7%) 순으로 침입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주택의 경우 침입경로가 모두 창문이었다. 설 연휴가 아닐 때는 창문을 통해 침입하는 비율이 75%다.
범죄예방연구소 관계자는 “설 연휴 일주일 전부터 점점 침입범죄가 증가하다가 설날 당일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차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설 연휴 방범을 강화해 치안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5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설 명절 특별치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해당 기간 경찰은 편의점처럼 현금을 비교적 많이 취급하는 업소와 주택가 등 침입 절도가 우려되는 곳을 중심으로 방범 인력을 늘리고 방범 관련 시설이 부족한 곳은 보완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서울뿐 아니라 충남·제주·경남경찰청도 특별 치안 기간을 설정해 방범 활동에 돌입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다수 가정이 비용 문제 때문에 2층 이상 창에는 방범창을 잘 설치하지 않는 등 방범 문제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며 “범죄자들은 이런 틈을 노려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집을 비울 땐 신문을 비롯한 정기 배달물을 넣지 않도록 사전에 연락해야 한다”며 “담장이나 창문에 철제 방범 창살이나 경보시설 설치도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