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3rd]稅酒에 흠뻑 취한 회사들

  • 등록 2011-05-09 오전 8:10:20

    수정 2011-05-09 오전 8:10:20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6일 14시 2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국내 위스키 시장이 세금 문제로 사상 유례없는 홍역을 앓고 있다. 위스키는 수입가격의 1.5배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고세율 품목이라서 탈세 유혹에 노출되기 쉽고, 크고 작은 세금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굴지의 위스키 수입업체들은 과세당국으로부터 탈루 혐의를 지적 받아 매출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토해냈고,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위스키 수입가격을 절반 가량 낮춰서 신고한 것이 과세의 핵심 사유인데, 해당 업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위스키 수입업체들은 세금 문제에서 발목 잡힐 경우 영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불복절차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과세를 뒤집으려 애쓰고 있다. 최근 수입업체들의 매출 부진으로 인해 수익도 신통치 않은 마당에 당국의 과세 금액이 연간 매출액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여서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세당국도 기본적인 공평과세 원칙은 물론 국내 위스키 업계의 판도 변화와 외교적 문제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위스키와 高세금 주류는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높은 세율의 세금이 부과된다. 술을 마시는 국민의 건강 악화와 질병 발생,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 피해가 속출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고, 관련 사회적 비용을 미리 거둬들인다는 차원에서 세금을 무겁게 매긴다. 하지만 주류 세금정책을 들여다보면 철저한 양면성이 존재한다. 세금은 엄연히 나라 곳간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세율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 주류 소비량 감소로 이어지면 그 만큼 세금을 적게 거둘 수밖에 없다. 반면 국민들이 정책 의도와 다르게 술을 많이 마시면 그에 따른 세금도 늘어나면서 곳간이 넉넉해지는 효과가 있다.

주류의 기본 세금인 주세는 1909년 연초세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근대적 조세로 시행된 지 100년이 넘었다. 전통적으로 고가·고급주는 고세율, 저가·저급주는 저세율이 적용돼 왔다. 위스키 세율은 70년대 출고가격의 250%까지 치솟았고, 또 하나의 고급 주류였던 맥주는 90년대 중반 150%의 높은 세율을 유지했다. 현재는 5~72%까지 세율이 천차만별인데, 탁주는 5%, 청주는 30%, 맥주와 소주, 위스키 등은 72%까지 부과된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주세는 2조 9000억 원 규모로 종합부동산세의 세 배였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주세뿐만 아니라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도 부담하고 있다. 교육세는 주세의 30%를 추가하는 부가세(Sur-tax)인데, 소주의 경우 과세가격에 72% 주세와 21.6% 교육세가 함께 매겨진다. 최종 소비자가격에는 일반 상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VAT) 10%를 더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주류와 달리 수입 주류의 경우에는 외국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통관 단계에서 20%의 관세가 먼저 붙는다. 만일 위스키 수입가격이 1만 원이라면 2000원(20%)의 관세와 8640원의 주세, 2592원의 교육세, 2323원의 부가가치세 등을 합쳐 2만5555원에 판매된다. 네 종류의 세금을 합치면 수입가격의 155.5% 세율이 매겨지는 셈이다.

이쯤 되니 무거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가짜 양주가 시중에 유통되고, 주류 수입업체들은 당국에 신고하는 가격을 낮추는 수법으로 탈세가 이뤄진다. 법망을 피할수록 이윤과는 가까워지기 때문에 주류 업계에서는 항상 세금 탈루 위험이 도사릴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과세당국과 업계의 탈세 숨바꼭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힘 세계 위스키 시장은 영국의 디아지오(Diageo)와 프랑스의 페르노리카(Pernod Ricard)가 양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들이 약 70% 가량 점유하고 있다. 조니워커와 윈저를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지난해 37.3%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발렌타인·임페리얼을 앞세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33.3%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스카치블루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와 J&B의 수석무역은 각각 16.2%, 5.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09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359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8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업계 2위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같은 기간 매출액 3282억 원, 영업이익 560억 원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주류 수입 판매를 통해 1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수석무역은 360억 원 매출에 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연간 23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디아지오코리아와 수석무역은 각각 675억 원, 141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9년 이후 탈세 혐의로 과세당국에 거액의 세금을 납부한 것이 큰 타격이었다.

이들 업체는 탈세와 각종 로비혐의 등 적잖은 말썽을 일으켰다.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07년 거래업체로부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세금을 포탈하고, 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주류 도매업체에 거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디아지오코리아는 무면허 업자들에게 주류를 판매하다가 국세청에 적발돼 주류수입 면허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후 6개월 만에 면허를 재발급 받는 과정에서 정부 고위직이 연루됐다는 로비 의혹도 제기돼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디아지오코리아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던 관세청 공무원은 1000만원짜리 수표 10장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5년 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주류 관련 로비 의혹은 정부와 과세당국의 요직을 비롯해 대형 로펌 인사까지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수사 결과가 발표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주류 업계를 아우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꽤나 강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국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주류 업체의 로비력이 상당하다는 것. 익명을 밝힌 주류업계 관계 자는 "다국적 주류업체의 탈법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데, 터키의 경우 현지법인의 대표이사가 구속되자 이를 둘러싼 국가간 외교 문제가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기도 했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외교 갈등을 감안해 신중함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Dimple 세금분쟁 최근 국내 위스키 수입업체들의 세금 탈루 혐의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관세청은 딤플을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와 수석무역이 위스키 수입가격을 절반 정도로 낮춰 신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009년 6개월에 걸친 과세전적부심사(세금부과 전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 끝에 2000억 원의 세금을 추징 당했고, 지난 2월에도 재차 2000억원의 추가 과세 통보를 받았다. 그 동안 관세청이 기업에 과세한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연간 매출을 뛰어 넘는 4000억 원의 과세문제를 뒤집기 위해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와 관세청 과세전적부심사 등 불복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로 화제가 된 수석무역은 지난해 관세청 기업심사를 받은 이후, 218억 원의 세금을 더 내라고 통보 받았다. 디아지오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위스키 수입 가격을 다른 회사의 유사한 물품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했다는 이유였다. 이미 상당한 손실을 내고 있는 수석무역은 세금을 12개월 분할 납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심판청구 등을 통해 세금 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딤플 위스키를 원액의 제조원가 기준으로 계산해 신고했고, 과세당국은 국내시장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추징한 것이 정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영국 디아지오와 100% 자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의 수입 거래 가격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 즉 `이전가격`에 대한 문제가 중심에 서 있다.

이전가격이란 다국적 기업이 특수관계에 있는 그룹 내 해외법인간 또는 모회사와 현지법인간에 원재료나 제품, 용역 등의 이전(移轉)시 적용되는 가격인데, 수입시 시장거래 가격이 아닌 기업그룹의 이익을 위해 기업 내부에서 임의로 가격을 결정할 경우 자회사를 통한 조세회피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디아지오코리아가 본사와의 계약관계에서 틀린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 낮은 가격에 수입했고, 이에 따라 관세와 주세 등도 덩달아 낮아지면서 고의적인 세액탈루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과세가격을 결정할 때 본사와 지사의 특수관계자 거래로 인해 정확한 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동종동질 또는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이 과세기준이 될 수 있는데, 관세청은 국내 다른 위스키 수입업체와의 가격비교나 원가분석을 통해 과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디아지오의 경우 수입가격을 제조원가로 해서 동종 업체들에 비해 절반가량 낮춰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 추징이 이뤄진 것"이라며 "심판원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자는 누구?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미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에서 인용(세금 환급) 결정을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판청구 결과에 따라 관세청과 제2라운드에 돌입한 과세전적부심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세심판원은 디아지오코리아 과세문제에 대해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 확실한 결정은 내지 못하고 있다. 심판원 관계자는 "디아지오에 대한 심판 결정이 관세청의 과세전적부심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최종 결정 시기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유사 사례 적용에 대한 정당성 여부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현재 불복을 진행중인업체 외에 다른 곳은 아직 별다른 과세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며 "앞선 결정에서는 과세가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번 사안도 다른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디아지오 측은 기존 과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과세가 부당하다는 명백한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지만, 결정 전 여론몰이를 한다는 오해가 나올 수 있어 공식 언급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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