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프리드먼 ‘무제’(사진=가나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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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깊은 동굴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출구를 찾았을 때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이런 ‘색’이 아닐까. 때마침 서쪽으로 길이 나 있었고, 때마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면. 뾰족한 종유석마저 감미로운, 신비한 부드러움이 발 앞에 솜을 깔아준 듯한 분위기. ·
황당한 상상은 아닌 듯하다. 색채추상을 하는 미국작가 샘 프리드먼(38)이 연작 중 한 점인 ‘무제’(2021)로 표현하려 한 게 자연의 숭고함, 그 풍성한 에너지라고 하니. 독특한 경험이 시작점이었다. 2008년 폭풍우를 뚫고 일몰을 향해 걸어갔던 일인데, 이후 비가 내리치거나 일출·일몰이 빚는 시적인 풍경이 주요 모티프가 됐단다. 직접 묘사하는 구상이 아닌 추상을 택한 데도 이유가 있다.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구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거다. 일정한 두께와 움직임을 가진 곡선을 수차례 배열·반복해 서서히 농담의 변화를 만드는데, 채도와 명도가 뚜렷한 색조차 조화로운 화면이 특징이다.
이 작업을 위한 ‘요술방망이’ 같은 도구가 있단다. 기원전 300년경 중국 한나라에서 처음 썼다는 서예용 붓이다.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91 가나아트 나인원서 여는 개인전 ‘보나파이드’(Bonafide)에서 볼 수 있다. 국내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큼직한 대작으로 16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아크릴. 182.9×152.4㎝. 작가 소장. 가나아트 제공.
| 샘 프리드먼 ‘무제’(2021), 캔버스에 아크릴, 182.9×152.4㎝(사진=가나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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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프리드먼 ‘무제’(2021), 캔버스에 아크릴, 121.9×121.9㎝(사진=가나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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