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핫플] 목마타고 떠난 시인의 품에 안기다

강원도 인제 박인환 문학관
1950년대 한국 모더니즘 대표 시인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 유명
문학관 내 해방전후 종로와 명동 펼쳐져
  • 등록 2022-03-04 오전 12:00:03

    수정 2022-03-04 오전 12:00:03

강원도 인제 박인환 문학관 앞 박인환 동상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강원도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문학관 입구에 잘생긴 박인환(1926~1956) 동상 옆에 앉으니 시인의 대표작인 ‘목마와 숙녀’가 낭송된다. 시를 가만 듣고 있노라니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이 동상은 2011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이원경 작가가 만들었다. 작품의 제목은 ‘시인의 품’. 제목처럼 시인의 품에 안길 수 있다.



인제 출신의 박인환은 1950년대 한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나라 시 역사에 남긴 영향은 매우 큰 인물이다. 그의 동상은 박인환의 젊은 시절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코트를 입은 시인은 바람에 넥타이가 날리며 만년필을 꼭 쥐고,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서자, 그가 살아생전 활동했던 해방 전후의 서울 종로와 명동로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마리서사’는 박인환이 스무 살 무렵 종로에 세운 서점이다.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시인인 ‘마리 로랑생’과 책방을 뜻하는 ‘서사’를 합친 것이다. 당시 마리서사는 김광균·김기림·정지용 등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이 일어난 발상지였다.

강원도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마리서사 옆에는 선술집 ‘유명옥’이 있다. 이곳은 김수영 시인의 모친이 충무로에 낸 빈대떡집이다. 여기서 김수영, 박인환, 김경린, 김병욱 등이 모여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출발과 후기 모더니즘의 발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유명옥 맞은편의 ‘봉선화 다방’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다방은 고전음악을 듣는 곳으로 8·15광복이 되자, 명동에서 가장 먼저 개업했다. 문인과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시낭송의 밤, 출판기념회, 전시회 등을 열었다. 그밖에 ‘모나리자 다방’, ‘동방싸롱’, ‘포엠’ 등 박인환이 꿈을 키웠던 역사적 명소들을 재현해 당대 시인의 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문학관 밖으로는 ‘시인 박인환 거리’도 있다. 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공공미술작품들로 꾸며졌다. 거리 끝에는 상징적인 조형물도 서 있다. 그곳에는 시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와 술주전자를 앞에 둔 박인환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강원도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내부에는 해방 전후의 서울 종로와 명동로가 재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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