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빠진 중소형·독립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사이에서 최근 나오는 얘기다. 가파른 금리·물가 인상 여파로 유동성(시중자금)이 말라붙으며 자금을 유치할 곳이 확 줄어든 결과다. 이마저도 대형 운용사들에게 자금이 쏠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역대급 위기에 봉착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독립계 운용사들은 올해 열릴 ‘콘테스트’(연기금·공제회 위탁운용사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금리·경기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여기서까지 밀리면 사실상 설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펀드’가 첫 관문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역대급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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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쏠림 현상…중소 PEF ‘역대급 위기’
시장에 돌던 자금이 말라붙었다는 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사모펀드 시장에 있는 관계자 대부분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모두가 찬바람을 맞고 있지만, 자산운용규모(AUM)가 조 단위를 웃도는 초대형 PEF 운용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났다. 기존에 유치한 자금이 남은 데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름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특정 PEF 운용사 쏠림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총 3조1000억원 가운데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와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 IMM프라이빗에쿼티(PE), 스톤브릿지캐피탈(스톤브릿지) 등 4곳의 PEF 운용사가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싹쓸이했다. 하반기 전체 PEF 위탁사 운용 자금의 64%에 육박하는 수치다.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한 운용사들의 경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총 2000억원 규모로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을 공고한 군인공제회는 최종 운용사 선정 결과를 이달에서 다음 달로 미루기로 했다. 예상을 웃도는 지원에 심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 영향이다. 현재 1차 심사 결과를 통보한 가운데 PT(프레젠테이션) 전형을 거쳐 2월쯤 최종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루키리그 경쟁, 상상 초월할 것”
자금 유치가 마땅치 않은 중소형·독립계 PEF 운용사는 생존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다. 유동성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기댈 몇 없는 기회가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이 주관하는 위탁 운용사 콘테스트다. 요즘처럼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는 ‘유일한 비상구’와 같은 존재다. PEF 운용사들이 앞다퉈 기관투자자들의 콘테스트 공고에 올인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2021~2025년까지 정부·정책금융기관 출자금에 민간 투자금을 합쳐 총 20조원 규모 정책형 뉴딜펀드를 추진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뉴딜펀드에서 혁신성장펀드로 명칭을 바꾸고 2023~2027년까지 총 15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를 빈손으로 마무리한 운용사들은 올해는 기회를 잡겠다며 전략 짜기에 한창이다. 일부 운용사들은 공고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 제안서 작업에 돌입한 곳도 있다. 공고 이후 준비에 나서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급기야 경우의 수까지 따져보고 있다. 최근 기회를 받은 운용사를 소거하는 한편, 뜸했던 운용사들을 잠재 경쟁자로 분류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자본 시장에서는 올해 열릴 ‘루키리그’(신생 운용사 전용 출자사업)에서 역대급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신생 운용사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신생사들만 따로 추려서 자금을 위탁하는 루키리그를 도입하고 있다. 자금 유치가 ‘하늘의 별따기’인 신생운용사들의 경쟁이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운용사들이 나름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과 달리 신생·독립계 운용사들은 콘테스트 선정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루키리그가 원래도 치열했지만, 올해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