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상황이 딱 그렇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고용을 비롯한 실물경제 호조세와 재정팽창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다. 이런 다급함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쳤다”는 막말까지 동원하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도 한국은행(한은) 통화정책에 행정부가 개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 “이제는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해야할 때가 됐다”고 시그널을 던졌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저(低)금리를 거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 나라에선 “왜 그렇게 기준금리를 빨리 올리느냐”며 인상 속도를 늦추도록 하고 있고 다른 한 나라에선 “이젠 기준금리를 올려 보라”며 인상에 속도를 내도록 종용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행정부가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직접 개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정치적 합의로 중앙은행에 부여하는 통화정책 목표라고 해도 법적 절차와 실효성을 전제해야 한다. 최근 새롭게 금융 안정을 정책 목표로 받아들이고 있는 연준이지만, 법적으로 부여받은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보다 금융 안정을 앞세울 순 없는 노릇이다. 물가 안정이라는 단일 목표를 가진 한은으로서도 정부가 고민하는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불안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화정책의 부차적 목표일 뿐이다. 더구나 늘어난 가계부채와 치솟는 집값을 안정화 하는데 기준금리라는 거시적인 카드가 거의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는 건 대부분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대목이니 말이다. 결국 미국이든, 한국이든 행정부가 나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무시한 채 정책 개입에 나서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