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분산 기업의 경우 견제와 감시가 일반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소홀한 탓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눈치 볼 대주주가 없으니 이사회를 장악하고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면 자기 보신 위주의 경영을 해도, 무리하거나 방만한 경영을 해도 책임질 일이 없다. 경영 실적이 변변찮아도 자기 사람들로 채워진 이사회를 조종해 ‘셀프 연임’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런 문제 해결에 국민연금을 주된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의 2016~21년 연평균 수익률은 6.0%로 세계 주요 연금기금과 국부펀드 30곳의 평균 수익률 8.1%보다 2.01%포인트나 낮고 순위는 26위로 최하위권이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 현 상태대로라면 2055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장까지 받아든 상황에서 가장 화급한 일은 수익률 제고에 발벗고 나서는 것이다. 정치권 입김을 등에 업고 기업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은 지금 급한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일의 선후조차 가리지 못한다면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