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심사위원] 김형남컴퍼니는 미디어를 통해 춤과 그 근원인 몸의 본질적인 의미들을 확장시켜 보려는 3년간의 융·복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첫 작품이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자양동 나루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나노아티’였다. ‘나노아티’는 나노(Nano)와 아트(Art), 뷰티(Beauty)를 결합해 만든 조어로 춤과 과학을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실험을 감행한 작품이다. 제목에서부터 과학적 접근을 통해 얻어낸 미학적 측면들을 춤 예술과 결합시켜보겠다는 뚜렷한 목표 설정을 읽을 수 있었다.
과학과 춤의 결합은 새로운 시도인 동시에 작품이 관객의 호기심을 끄는 지점이다. 18세기 서구에서 춤이 예술로 범주화된 이후 춤은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장르로서의 위치를 고수해왔다. 이후 근대와 탈근대를 거치면서 춤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 혼란스러움 덕분에 춤의 의미가 확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과연 현대의 춤이 아름다움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답은 얻지 못했다.
세종대 학생들이 주축을 이루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절도감과 강한 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미디어와의 융합 속에서 새롭게 춤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보려는 고민은 느끼기 어려웠고, 긴 겉옷을 걸친 주제자 이미지의 남성 캐릭터는 작품 전체를 구태의연한 구조로 만들었다. 이런 형식의 작품에서 주제와 개념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 그것을 형상화하기 위한 시놉 설정의 논리적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제·소재적 개념·시놉의 구성 등 3가지 요소에 충실치 못하다면 춤의 색다른 아름다움이 탐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노와 아트, 뷰티를 조화롭게 보여주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쉬웠다.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김형남컴퍼니의 융·복합 프로젝트 다음 공연을 기대해 본다. ▲춤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