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 DMZ, 예술로 다시 꽃피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DMZ 극장' 선봬
전망대 13곳서 찍은 사진·오브제 등 44점
  • 등록 2021-08-23 오전 5:10:00

    수정 2021-08-23 오전 5:1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한반도의 한 중간에 한국도, 북한도 아닌 채 공백으로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DMZ). DMZ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대한민국에서 그곳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40여년 넘게 DMZ는 일반인은 물론 군인들조차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정연두 ‘금강산극장’(2021), 컬러 프린트, 66x96cm(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DMZ에는 아픈 역사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전망대 주변에 얽힌 설화 등이 숨어있다. 이처럼 DMZ에 대해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장소적 맥락을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지난 20일부터 ‘DMZ 극장’을 선보였다. 정연두 작가와 연출가 수르야가 협업한 ‘DMZ 극장’ 은 2017년부터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에 이르는 13개 전망대를 방문하며 촬영한 사진과 오브제, 드로잉을 무대 삼아 진행되는 배우들의 퍼포먼스 44점으로 구성된다. 전시장 바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형광빛은 3.8선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와 분단된 한반도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DMZ의 모습을 더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배우 7명이 전시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한 배우는 금단의 지역이었던 DMZ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철원의 두루미 분장을 하고 전시장 한곳에 설치된 긴 봉을 따라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며 평화를 이야기한다. 멧돼지, 곰, 고라니 등 DMZ의 야생 동물들 분장을 한 배우들은 모닥불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DMZ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퍼포먼스 중간중간 자연스레 관객에게 다가가는 동물들은 관객의 참여와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DMZ 극장’ 전시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민들레 벌판’ ‘아이스크림 고지’ ‘악어턱 능선’ 등 독특한 지명이 붙어있는 DMZ 내 장소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풀어낸다. ‘민들레 벌판’은 한국전쟁 발발 후 피난민들이 이동한 평야 지역으로, 수없는 피난민들이 이곳에서 지뢰를 밟아 죽었다. 피난민들 사이에 ‘먼 들에 가지 마라, 먼 들에 가지 마라’라고 떠돌던 이야기는 지금의 ‘민들레 벌판’으로 구전 변형됐다. 수많은 포탄 투하로 인해 하얀색 탄약재가 고지를 덮은 모양이 백마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백마고지’, 전쟁 중 포탄이 너무 많이 떨어져 봉우리가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렸다고 해 이름 붙은 ‘아이스크림 고지’ 등의 사연이 지금은 평화로워 보이는 사진 속 DMZ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이번 작품은 한국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DMZ가 무의식적인 트라우마 혹은 블라인드 스폿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에서 기획됐다. 정연두 작가는 “몇년 전 남북 정상이 만나 벤치에 앉아서 대화하는 장면이 신문에 실렸는데 울컥 눈물이 났다”며 “한국 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뿐만 아니라 지금의 젊은 세대까지 한국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DMZ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50차례 넘게 오간 DMZ를 오가며 그는 장소가 지닌 분단과 전쟁의 역사를 넘어 현재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했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다. 퍼포먼스는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주 수·토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퍼포먼스는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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