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비과세 해외펀드의 아픈 기억

`달러 퍼내기` 정책일환…원화값 약세 유도용
2007년 도입 1년만에 금융위기…달러품귀 빚어
美금리인상 충격 대비해야…中증시 추락도 우려
  • 등록 2015-06-29 오전 5:15:00

    수정 2015-06-29 오전 5:15:00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금융투자업계가 고대하던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가 지난 2009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한시 도입된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가칭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라는 이름으로 그 등장을 알렸다. 금융투자업계로서는 갈 곳 몰라하는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금융상품을 하나 더 확보하는 셈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저금리 환경 하에서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해외증시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과세 해외펀드를 도입한 근본적인 계기는 외환시장을 관리하는 우리 당국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우리의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엔화나 중국 위안화 등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우리 외환시장 내 고질적인 달러 공급우위를 해소하겠다는 계산이 가장 우선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해외증시 주식을 사고 팔아 매매차익을 내고 환차익을 얻어도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건 우리 시장에 있는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퍼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해외투자대상 자산을 확대하고 국내 연기금이 한국투자공사(KIC)를 통해 해외투자에 나서게 하는 동시에 지난해 도입한 외국환평형기금 대출의 만기 상환분을 해외 인수합병(M&A)에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함께 포함됐다는 점을 보면 이같은 분석에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이는 마치 최대 공적연금인 후생연금(GPIF) 등 큰손 기관들의 해외 투자를 촉진시켜 엔화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사실 가장 최근인 지난 2007년 비과세 해외펀드가 도입됐을 때 상황도 지금과 유사했다. 중국 경제 호조와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덕에 세계 경제 호황이 이어지자 국내에 달러화가 넘쳐나게 됐다. 원화는 1달러당 950원대까지 올라갔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이처럼 원화가치 절상압력이 커지자 정부는 해외펀드 3년 한시 비과세와 해외부동산 투자한도 확대 등의 카드는 내놨다.

정책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지난 2006년말까지 7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해외펀드 설정액은 2008년이 되자 60조원을 훌쩍 넘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호(好)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무더기로 내다팔기 시작했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내 시중에선 달러화가 품귀를 빚기 시작했다.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던 국내 기업들은 달러자금 확보에 혈안이 됐고 시중은행들도 곳간 채우기에 나섰다.

물론 지금 상황이 당시와 정확하게 같진 않다. 외환보유액은 지난달말 3700억달러에 이르러 당시보다 1300억달러나 많아졌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사상 최대인 894억달러에 이르렀다. 외화채권 여건도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한 번 물꼬를 트게 되면 그 변화의 여파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 9월을 전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상황도 불확실성 아래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불황형 흑자일 뿐인 경상수지나 미국 금리 인상이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을 토대로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더구나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중국 등 해외 증시에서의 버블(거품) 논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부 스스로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비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정책 그 자체보다는 타이밍과 사후 관리에 있는 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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