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같은 비과세 해외펀드를 도입한 근본적인 계기는 외환시장을 관리하는 우리 당국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우리의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엔화나 중국 위안화 등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우리 외환시장 내 고질적인 달러 공급우위를 해소하겠다는 계산이 가장 우선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해외증시 주식을 사고 팔아 매매차익을 내고 환차익을 얻어도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건 우리 시장에 있는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퍼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해외투자대상 자산을 확대하고 국내 연기금이 한국투자공사(KIC)를 통해 해외투자에 나서게 하는 동시에 지난해 도입한 외국환평형기금 대출의 만기 상환분을 해외 인수합병(M&A)에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함께 포함됐다는 점을 보면 이같은 분석에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이는 마치 최대 공적연금인 후생연금(GPIF) 등 큰손 기관들의 해외 투자를 촉진시켜 엔화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정책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지난 2006년말까지 7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해외펀드 설정액은 2008년이 되자 60조원을 훌쩍 넘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호(好)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무더기로 내다팔기 시작했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내 시중에선 달러화가 품귀를 빚기 시작했다.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던 국내 기업들은 달러자금 확보에 혈안이 됐고 시중은행들도 곳간 채우기에 나섰다.
물론 지금 상황이 당시와 정확하게 같진 않다. 외환보유액은 지난달말 3700억달러에 이르러 당시보다 1300억달러나 많아졌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사상 최대인 894억달러에 이르렀다. 외화채권 여건도 양호한 편이다.
시기적으로 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부 스스로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비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정책 그 자체보다는 타이밍과 사후 관리에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