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만들어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때문이다.
법안에서는 오픈마켓이나 온·오프라인 연결(O2O)서비스(통신판매중개업자)에도 물건을 사서 파는 온라인쇼핑몰(통신판매업자)과 같은 수준의 소비자 보호책임을 부과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좋은 취지이지만, 소규모 중개 플랫폼 업체는 관리 비용 증가로 도산할 수 있고 스타트업의 신규 진입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내면 상품을 등록·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이나 배달앱 시장을 위축시켜, 중소상공인의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각계의 비판이 잇따르자, 전재수 의원실은 지난 23일 국회 공청회 이후 2월 중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의 운영을 통해 법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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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몰은 직접 물건을 매입하고 물류를 갖춰 서비스하는데 반해, 대부분의 오픈마켓이나 배달앱은 판매자와 고객을 중간에서 연결하는 중개 역할만 한다.
그런데 법안에선 통신판매중개업자인 오픈마켓과 배달앱에도 거래 당사자인 통신판매업자(인터넷쇼핑몰)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극단적으로 배달의민족을 통해 족발을 시켜 먹은 후 배탈이 나면 판매자(족발집)뿐 아니라 배달의민족도 소비자 피해 보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통신판매업자에 준하는 법적지위를 부여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을 뿐 아니라, 오픈마켓이나 배달앱의 입점 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어 중소상공인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게 돼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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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만 반대하는 게 아니다.
국회 홈페이지 입법예고 기간(2018년 11월 14~18일) 동안 제시된 총 161건의 의견은 모두 반대였다. ‘제품 하자시 청약철회 기간을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로 하는 것은 너무 길다’, ‘전자상거래소비자단체 등을 세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소비자단체들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전부개정 과정에서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한국소비자원 정신동 박사는 “플랫폼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거래 유형과 사업자 유형에 대한 구분, 사업자와 소비자 간 책임 범위 규율 등은 법리적 측면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천대 법학과 문상일 교수는 “법적으로 판매행위와 중개행위는 명확히 구분되는데 이를 간과하고 전면 폐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한 책임 강화가 소비자 선택권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