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탐방로 따라 걸으며 만나는 야생화

충남 태안 안면도자연휴양림
한국관광공사 추천 단풍과 함께 즐기는 야생화 가을 여행
  • 등록 2015-10-10 오전 6:05:00

    수정 2015-10-10 오전 6:05:00

충북 태안 안면도자연휴양림에 핀 갯쑥부쟁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남 태안 안면도자연휴양림과 천리포수목원은 가을 야생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자연휴양림이나 수목원에 별다른 야생화가 있을까 생각하면 오산. 탐방로 길섶에 핀 야생화가 어여쁜 자태를 뽐낸다.

안면도는 원래 소나무로 유명한 곳이다. 섬 전체 산림 70% 이상이 소나무다. 섬 소나무로는 드물게 해송(곰솔)이 아니라 육송(적송)이며, 곧고 크게 자라서 고려 시대부터 궁궐이나 선박 건조용으로 많이 사용됐다. 조선 시대에는 왕실림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를 받았다. 경복궁 지을 때 이곳 나무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최근 들어 숭례문 복원에도 사용됐다. 이 소나무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안면도자연휴양림으로, 다양한 산책로와 숲속의집 등 휴양 시설이 들어섰다. 한나절 산책을 즐겨도 좋고, 하룻밤 묵으며 온몸으로 솔숲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중부지방의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나무 아래마다, 탐방로 길섶마다 작고 예쁜 야생화가 핀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크게 휴양림 구역과 수목원 구역으로 나뉘는데, 야생화가 비교적 많은 곳은 수목원 구역이다. 아산정원, 목련원, 야생화원, 생태습지원 등 각종 테마 정원을 둘러봐도 좋지만,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편백 숲길을 따라 걸으며 야생화와 눈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꽃은 닭의장풀이다. 탐방로 옆 무성한 풀 속에 숨은 듯 피었다. 꽃잎이 닭의 볏을 닮아서 붙은 이름으로, 달개비라고도 불린다. 길가나 풀밭, 담장 아래 등 습기를 머금은 음지에 잘 자란다. 해열제나 이뇨제로 사용되며, 생명력이 강해서 뽑힌 뒤에도 여간해서는 시들지 않는다. 하지만 꽃은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면 시들어 영어 이름이 ‘dayflower’다. 드물게 파란색으로 피는 꽃이기도 하다.

그 옆으로는 꽃며느리밥풀이 붉게 피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피는데, 안면도가 해양성기후라 꽃 피는 시기가 조금씩 늦어 9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답니다.” 동행한 해설사의 설명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니 벌개미취와 까실쑥부쟁이가 무더기로 피었고, 소나무 그늘 아래 붉은색 석산도 한 아름 피었다. 자연휴양림에서 심은 것도 있고 자연스레 피어난 것도 있다고 한다. “우산나물도 많아요. 아무래도 소나무가 많다 보니 그 아래 나물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갖춰졌나 봐요.” 골등골나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많이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을꽃은 봄꽃보다 작다. 커봐야 아기 손톱만 하다. 이 작은 꽃들이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었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을 야생화다. 탐방로를 따라가며 발아래를 유심히 본다. 연붉은색 꽃을 단 쥐꼬리망초, 진분홍색 꽃범의꼬리, 별을 닮은 것 같은 노란색 괭이밥, 달걀 프라이처럼 보이는 한라구절초, 자주색 꽃망울이 어여쁜 산박하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솔숲 아래는 붉은 자주색 개여뀌가 무더기로 피었다.

샛노란 산씀바귀도 탐방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산고들빼기라고도 하는데, 숲 가장자리와 냇가 근처에서 자란다. “잘 보세요. 꽃잎 가장자리에 이 모양 톱니가 보일 겁니다. 8~10월에 노란 꽃이 피는데, 안면도자연휴양림에 많은 야생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을에는 참취도 핀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흰 꽃이 자꾸 들여다보게 만든다. 향긋한 참취는 나물과 장아찌로 즐겨 먹는다. 사람들이 식재료로 쓰이는 잎만 알고, 이처럼 예쁜 꽃이 핀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고마리는 볼수록 예쁜 꽃이다.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자라며, 초가을에 꽃이 핀다. 꽃은 흰색인데 끝 부분이 붉다. 쌀알이 여러 개 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천리포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도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으로, 1979년에 귀화한 독일계 미국인 민병갈(Carl Ferris Miller) 원장이 일궜다. 30년 이상 식물 관련 전공자와 회원에게 입장을 허용하다가 지난 2009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물 종류를 보유한 곳이다. 국내 자생종은 물론 전 세계에서 수집한 희귀 수목도 만날 수 있으며, 습지원과 수국원, 호랑가시나무원, 암석원, 작약원 등 여러 테마 정원을 갖췄다.

야생화가 특히 많은 곳은 입구에서 동백나무원-수국원-겨울정원-모란원-지표식물원으로 이어지는 코스. 연보라색 꽃잎이 매력적인 갯쑥부쟁이, 노란 꽃잎이 앙증맞은 괭이밥, 붉은 자주색 꽃이 화려한 둥근잎꿩의비름, 연보라색 꽃잎이 탐스러운 봉래꼬리풀 등 자세히 보면 우리 야생화도 풍성하게 피었다. 바닷가 쪽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국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밖에 진교, 일월비비추, 한라개승마도 천리포수목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꽃이다.

안면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꽃지해수욕장 일몰이다. 꽃지 낙조는 전북 부안 채석강, 인천 강화 석모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일몰로 꼽힌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해변에는 오후 6시 즈음이면 노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꽃지는 ‘꽃이 많이 피는 곳’이라는 뜻으로, 한자 이름은 화지(花地)다.

꽃지해수욕장 일몰의 하이라이트는 붉은 햇덩이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질 때. 커다란 해가 온 세상을 삼킬 듯 붉게 물들이며 두 바위 사이로 사라지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 할미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신라 때 장보고의 부하 장수로 안면도를 지키던 승언이 갑자기 북방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는데, 그의 부인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쳐 할미바위가 됐다는 것이다.

태안에는 몽산포오토캠핑장이 있다. 태안반도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서해안에서 오토캠핑을 즐기기에 가장 매력적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수만을 바라보고 선 안면암에도 가보자. 대웅전과 삼성각, 용왕각 등이 있으며, 3층 높이 대웅전이 특히 웅장하다. 절 앞 부교를 따라 여우섬과 조구널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태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우럭젓국이다. 꾸덕꾸덕 말린 우럭을 넣고 짭조름하게 끓인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숟가락질을 바쁘게 만든다.

◇여행메모

△여행코스

▷당일여행코스= 안면도자연휴양림→꽃지해수욕장→안면암

▷ 1박2일코스= 안면도자연휴양림→꽃지해수욕장→안면암→(숙박)→ 안흥항→천리포수목원→태안신두리해안사구

△가는길

▷버스= 서울-안면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20, 10:50, 13:40, 17:50) 운행, 약 2시간 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40~16:00)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자동차= 경부고속도로→평택화성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해미 IC→남문2로→중앙로→안면대로→안면도자연휴양림

△주변 볼거리 =백화산, 안흥성, 가의도, 만리포, 솔향기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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