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청약시장 옥죄니…경매시장서 아파트 '귀한몸'

입주권 매매부담+높아진 분양시장 문턱
투자수요 경매시장에 집결 분위기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95.2%
2008년 6월(100.5%) 이후 최고치
분위기 휩쓸린 '묻지마 응찰'은 주의해야
  • 등록 2016-11-14 오전 5:30:00

    수정 2016-11-14 오전 8:37:32

△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대책의 영향권에서 비껴나 있는 경매시장에서는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역삼럭키아파트 전경 [자료=서울시]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211호 경매 입찰 법정. 초겨울 날씨에도 경매로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사람들로 법정 안은 후끈 달아올랐다. 잠시 후 예비 응찰자들의 시선은 단상 위 집행관에게 쏠렸다. 집행관은 감정가 11억 1000만원짜리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아파트 108동 1103호(전용면적 124㎡)의 경매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한번 유찰됐지만 쉽게 낙찰을 예상할 수 없는 고가 아파트인 탓에 이목이 집중됐다.

집행관이 응찰에 나선 7명 가운데 감정가를 웃도는 11억 5000만원을 써낸 김모씨를 호명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차순위 응찰자와의 가격 차는 불과 300만원. 이 아파트에 응찰했던 이모씨는 “요즘 경매에 나오는 아파트가 많지 않아 감정가에 버금가는 금액을 썼는데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주택시장의 분양권 전매를 입주 때까지 제한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이참에 경매를 통해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와 싼값에 알짜 물건을 잡으려는 투자자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연일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5.2%…2008년 6월 이후 최고치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법원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9.4% 포인트 상승한 75.9%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낙찰가율로 2008년 5월(77.5%)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도 90.0%로 지난달(90.2%)에 이어 두 달 연속 90%대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5.2%로 지난해 같은 기간(89.0%)보다 6.2%포인트 올라 2008년 6월(100.5%)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낙찰가율 상승은 서울·수도권 주거시설 물건 감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전체 경매 진행 건수는 1만 109건으로 전월(9379건)보다 730여건 늘며 1만 건을 회복했다. 지역별로 지방이 약 1000여건 증가한 6502건인 반면 수도권은 3607건까지 감소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주거시설 물건이 계속 줄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전체 낙찰가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 시행으로 중도금 대출에 급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경락대금(경매 낙찰받은 잔금) 대출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비껴나 있는 것도 한몫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매 물건을 낙찰받은 뒤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락대금 대출은 정부의 거듭된 대출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권에서 낙찰가의 60~80%를 빌릴 수 있어 주택 매입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아파트 경매에 수요자 우르르…“적정 입찰가 써내는 게 중요”

상황이 이렇자 경매로 나온 아파트에 수 십명의 응찰자가 몰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26일 경매에 부쳐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우성아파트 전용 84㎡형은 42명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3억 8000만원)의 102%인 3억 88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대출 요건이 용이하다 보니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시장에 몰리면서 감정가를 웃도는 고가 낙찰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건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낙찰받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자칫 아파트 경매 물건에 ‘가격 거품’이 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 전반이 관망세로 돌아선다면 경매 낙찰가율도 보합 내지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매법정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응찰하기보다는 낙찰받고 싶은 물건의 입지와 주변 시세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적정 입찰가를 써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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