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탈세와 절세의 경계선

미국 부자들이 존경받는 건 `세금 다내고 富쌓기` 때문
  • 등록 2003-01-20 오전 8:36:35

    수정 2003-01-20 오전 8:36:35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세금 많이 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미국인들도 실제로 "세금"이 싫은 것은 마찬가지인 듯 싶다. 때로는 "절세"인지 "탈세"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기도 한다. 뉴욕주 정부는 최근 자동차 등록세수가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욕주 맨하튼 웨스트빌리지와 첼시에서 야간 주차 차량을 조사한 결과 인접한 뉴저지는 물론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메인 캘리포니아 심지어 알래스카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들이 다수 발견됐다. 일부 거리에선 주차된 차량의 30%가 타주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친구나 가족의 주소를 이용해 타주에 차량을 등록할 경우 전국 최고 수준의 뉴욕주 보험료와 번호판 수수료, 타이틀 수수료, 뉴욕시 차량 등록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판매세가 없는 뉴햄프셔 주 등에서 차를 구입하고 등록하면 뉴욕주에서 차를 살때 내야하는 8.25%의 등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2만달러의 차를 구입하면 1650달러를 절약하는 셈이다. 차량 소유주들의 이같은 "절세(?)"행위로 뉴욕주는 한 해에만 약 2000만달러의 세금이 덜 걷히고 있다고 자체분석하고 있다. 사실 절세와 탈세를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기준으로 하면 명확할 것 같지만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는 법조항의 미비점을 이용한 교묘한 탈세 행위는 "법대로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다. 편법적인 상속이나 증여의 경우 이같은 기준은 더욱 모호해진다. 국민의 정서는 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조세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삼성그룹의 CB저가 발행에 의한 상속행위에 대해서 시민단체와 삼성그룹간에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家의 상속방식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법원의 판결도 그렇다), 그 정도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선 응당 냈어야 하는 세금을 안내고 상속을 완료한 것도 사실이다. 조세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아주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탈세행위"에 대한 비용을 크게 높이는 것이 "조세 정의"를 세우는 첩경이란 점이다. 경제행위는 대부분 비용 대비 효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탈세의 효용이 탈세의 비용보다 높다면 "상식적인" 인간일수록 탈세를 하게 돼 있다.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행위다. 예를 들어 세무서에 10억을 뇌물로 주고 30억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탈세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 자신의 경험이나 타인의 경험을 통해서 누적적으로 확인되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경우도 있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은 곧 구성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뜻이다. 똑같은 논리로 미국인들이 탈세를 하지 않는 것은, 적어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것은 선천적으로 정직해서가 아니다. 미국의 조세 시스템이 구성원을 정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IRS(연방국세청)는 자영업자든 개인이든 일단 믿어주고 소득을 자진신고토록 하지만 만약 탈세행위가 적발되면 과거 10년까지의 모든 소득에 대해서 소급해서 세금을 추징한다. 이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치 않은 수준으로 "탈세"를 하려면 자신의 전 인생을 걸어야 한다. 이렇게 추징을 당하면 적어도 당대에선 재정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고 한다. 탈세 한번 했다가 집안이 패가망신한다면, 그런 리스크를 지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경제행위다. 미국의 부자들이 존경받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들의 부가 능력에 의해 축적됐다고 믿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세금 다 내고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인 만큼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선진국일수록 탈세에 대해선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실제로 처벌이 무겁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조세 정의"만 제대로 실현해도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하면 절세요, 남이 하면 탈세"라는 인식의 불일치까지 완전히 없애기까지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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