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오성호텔 ''에어버스''의 몰락

獨·佛 기술 주도권 싸움에 납기 지연… 보잉에 뒤처져
  • 등록 2006-12-13 오전 7:11:39

    수정 2006-12-13 오전 7:11:39

[조선일보 제공] 작년 4월 프랑스 툴루즈 공항에서 에어버스 A380이 처음 이륙했을 때, 자크 시라크(Chirac)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대륙의 야망을 실어 날랐다”고 호언했다. 개발비 110억유로(13조2000억원)에 550명의 승객을 태우는 ‘하늘의 오성(五星)호텔.’ 유럽 기술이 미국을 넘었다는 자존심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모회사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A380을 둘러싼 문제로 48억유로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이미 작년 6월 이후 여객기 인도 약속기한을 세 번 연기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유럽의 오만과 성급함, 프랑스·독일의 자존심 싸움 속에 에어버스 신화가 힘을 잃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독일·프랑스 자존심 싸움

A380은 설계 단계부터 프랑스·독일 간 자존심 대결로 삐걱거렸다. 2001년 프랑스는 A380의 설계에 자국 기업이 개발한 강력한 3차원 설계프로그램 카티아(Catia)와 키르케(Circe)를 쓰자고 독일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설계 작업을 함께 진행해야 할 독일 함부르크 기술자들의 자존심은 프랑스산 프로그램 사용을 허용치 않았다. 양국 기술자들은 이후 호환성 없는 프로그램, 각자의 관행에 대한 고집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 이런 사태는 에어버스의 모회사 EADS의 출범 때부터 예견됐다.

1999년 10월, EADS 설립을 논의하려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프랑스 항공업계 대표단을 만난 독일 기업인들은 “프랑스의 EADS 지분은 우리가 곧 삼켜버릴 ‘개구리’에 불과하다”고 도발했다. 에어버스 부품 제조공장이 유럽 4개국 16곳에 산재(散在)한 것도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EADS를 출범한 영·불·독·스페인 정부 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였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꼬집었다.

◆과도한 목표 설정·문제 인식 거부

EADS는 원래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CEO 체제였다. 양국의 입김으로 임명된 경영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는 부문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경영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2004년 여름 프랑스 툴루즈 공장에선 독일 함부르크에서 보내온 에어버스 동체에 수백㎞의 배선 작업을 진행하던 기술자들이 막판에야 설계상 실수로 전기 케이블이 짧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개월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에어버스 판매를 총괄하는 존 리(Leahy)는 “A380 제작 과정에서 이런 기술적 사고들이 발생한 것도 권력투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문화적 충돌 속에서 과도하게 세운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자잘한 문제들이 누적되기까지 늘 경영진은 ‘부인(否認) 모드(mode)’에 있었다.

◆에어버스 “아직 안 끝났다”

A380의 납기가 거듭 연기되면서 에어버스의 단골 고객들이 속속 보잉 쪽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초 세계최대 항공화물운송업체 페덱스가 A380 10대 구입 계약을 취소하고, 보잉 기종 15대를 사기로 했다. 싱가포르 항공이 지난 10월 보잉787 20대를 주문했고, 독일의 루프트한자마저 지난 5일 보잉747 20대를 주문했다.

그러나 FT는 에어버스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다시 큰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툴루즈 에어버스 생산기지의 한 관계자는 “회사 고위층들이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좀 더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IH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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