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달 8일 모회사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A380을 둘러싼 문제로 48억유로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이미 작년 6월 이후 여객기 인도 약속기한을 세 번 연기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유럽의 오만과 성급함, 프랑스·독일의 자존심 싸움 속에 에어버스 신화가 힘을 잃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독일·프랑스 자존심 싸움
A380은 설계 단계부터 프랑스·독일 간 자존심 대결로 삐걱거렸다. 2001년 프랑스는 A380의 설계에 자국 기업이 개발한 강력한 3차원 설계프로그램 카티아(Catia)와 키르케(Circe)를 쓰자고 독일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설계 작업을 함께 진행해야 할 독일 함부르크 기술자들의 자존심은 프랑스산 프로그램 사용을 허용치 않았다. 양국 기술자들은 이후 호환성 없는 프로그램, 각자의 관행에 대한 고집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 이런 사태는 에어버스의 모회사 EADS의 출범 때부터 예견됐다.
◆과도한 목표 설정·문제 인식 거부
EADS는 원래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CEO 체제였다. 양국의 입김으로 임명된 경영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는 부문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경영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2004년 여름 프랑스 툴루즈 공장에선 독일 함부르크에서 보내온 에어버스 동체에 수백㎞의 배선 작업을 진행하던 기술자들이 막판에야 설계상 실수로 전기 케이블이 짧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개월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에어버스 “아직 안 끝났다”
A380의 납기가 거듭 연기되면서 에어버스의 단골 고객들이 속속 보잉 쪽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초 세계최대 항공화물운송업체 페덱스가 A380 10대 구입 계약을 취소하고, 보잉 기종 15대를 사기로 했다. 싱가포르 항공이 지난 10월 보잉787 20대를 주문했고, 독일의 루프트한자마저 지난 5일 보잉747 20대를 주문했다.
그러나 FT는 에어버스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다시 큰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툴루즈 에어버스 생산기지의 한 관계자는 “회사 고위층들이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좀 더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IH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