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의 3평 남짓한 컨테이너. 캄보디아 국적의 A(30)씨가 매일 10시간 넘는 고강도 노동을 마치고 몸을 뉘여야 하는 ‘집’이다.
|
오는 20일이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였던 속헹씨가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위에 떨다 숨진 지 2년이 된다. 하지만 2년 동안 변한 건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추위와 사투하고 있었다. 노동부가 지난 1월 실시한 이주노동자 주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에서 근무하는 이주 노동자 중 69.6%가 가설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 1일 이데일리가 찾은 포천의 농장지대 곳곳 가설 건축물에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농작물 비닐하우스 사이에서 검은 차양막이 덮인 비닐하우스로 사람이 드나들었다. 밖에서 보면 흡사 움막 같다. 더운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지난 10월 한국에 온 A씨는 일할 때 껴입은 옷을 집에서도 벗지 않는다.
A씨의 삶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의 삶과 대동소이하다. 포천 농촌 일대 이주 노동자들은 A씨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농약을 칠 때면 방독 마스크 대신 얇은 마스크나 천 쪼가리를 입과 코에 두른다. 숙소는 전기장판, 전기난로가 있어도 혹한에 속수무책이고, 여름엔 폭염에 휩싸인다. 화재 위험엔 늘 노출돼 있다.
|
이주노동자들이 이렇듯 ‘비인간적’ 처우를 견딜 수밖에 없는 건 정부의 무책임 탓이 크다. 정부는 농어촌 등 산업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도입,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였지만 열악한 여건 속에 노동자가 숨진 뒤에도 그들의 노동 조건과 환경 개선엔 뒷짐을 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의 한 농장주 B씨는 “농장주라고 해도 대부분은 남의 땅을 빌려서 농사 짓는 사람들”이라며 “정부에서 기숙사 지으라고 지원해준다한들 농사지어 돈 벌려고 남한테 빌린 땅에다 기숙사 지을 사람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 보조금도 터무니없이 적어 기숙사 지으려면 사비를 보태야 하고, 들어가는 돈도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역에서 이주민 노동권을 위해 각종 활동을 전개하는 포천 이주노동자센터는 “고용센터에서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속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노동부 관계자는 “전국 3000개소 사업장에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정기적으로 지도 점검에 나서 숙소 관련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며 “특히 하반기에는 농업지역을 중심으로 200개소를 선정해 특별점검을 한다”고 했다. 이어 “지방 외국인 지원팀에 인력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점검이나 단속을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관련 부서 인력을 늘리고, 지원사업을 하는 등 역할을 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기숙사 개선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확대 △공공 기숙사 설립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와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불편하고, 열악한 숙소 환경에서는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다”며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