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은 전 세계 매장량의 67%가 호주와 칠레에 매장돼 있음에도 중국이 이처럼 공급망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제련’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채굴한 리튬은 중국으로 운반한 후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등 리튬화합물로 제련하는데 이렇게 제련한 리튬은 어디서 채굴했든 ‘중국산’이다. 그렇게 중국은 세계 리튬 공급망의 최대 75%(수산화리튬 기준)까지 장악 중이다.
헌데 이 리튬 가격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기 전 kg당 360위안(7만원)이었던 리튬은 지금 540위안(10만5000원)까지 뛰었다. 톤(t)당 1억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하루 3%가 올랐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까지 더해진 탓이다. 문제는 앞으로 그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리튬은 현존하는 배터리에 모두 들어 있는 필수 원자재인데 중국산을 제외하자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게다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도 IRA와 유사한 원자재법(RMA)을 추진한다고 하니 가격이 안정화할 일은 없어 보인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아직은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배터리 기업들은 호주나 칠레, 캐나다 등 광산·제련 기업들과 서둘러 계약을 맺고 리튬 확보에 나섰고, 포스코는 직접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 생산에 돌입했다.
그럼 안심해도 될까. 헌데 산업계에서는 IRA와 RMA는 시작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리튬만이 아니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 새로운 미래기술이 빠르게 나오는 시기다. 앞으로 어떤 광물이나 원자재든 ‘석유’라는 별명이 붙을 수 있다.
현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해법으로 ‘민간 주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IRA를 경험하며 공급망을 민간이 주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급망 속에서 기업들은 늘 한계를 느낀다. 광물을 확보하러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 갔다가 중국 정부가 지원해 지은 관공서와 도로 등을 보며 ‘이게 될까’라고 느꼈다는 한 기업인의 체험담이 떠오른다.
지금 자원 부국에 대한 지원부터 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민·관이 함께 배터리 공급망을 상시 점검하고 대응하는 협의체를 연내 만들어 가동하기로 한 계획 등 현 정부가 인수위원회 시절 약속한 계획이라도 차례로 지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