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G7 vs 브릭스

  • 등록 2023-09-04 오전 6:15:00

    수정 2023-09-04 오전 6:15:00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미국이 주도하는 G7은 냉전시기인 1973년 소련이 주도하는 공산권 체제에 대항하는 경제블록의 역할을 했다. 반면 2009년 탄생한 ‘브릭스’(BRICS)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대변하는 경제공동체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들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거대한 영토와 노동력, 풍부한 지하자원 등이 있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42%, 국내총생산(GDP)은 26%를 차지한다. G7 국가들의 GDP 합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66%에 달했지만 2022년 46%로 하락했다. 반면 브릭스는 같은 기간 8%에서 26%로 3배 이상 상승했다.

브릭스는 발족 이후 얼마 동안은 회원국 상호 간의 지리적 거리와 문화적 차이 등으로 결속력이 느슨했기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22일부터 3일 간 남아공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담이 주목을 ㅂ다았다. 여기에서 회원국 수의 확대, 자체통화 발행 등 두 가지 안건이 주로 논의돼 ‘요하네스버그 Ⅱ 선언문’이 나왔다.

우선, 내년 1월 1일부터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을 정회원으로 초청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 상당수는 중국과 일대일로 등으로 인연을 맺어온 친중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견제가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설 중국의 우군이 확보된 셈이다. 특히 사우디, 이란, UAE 3개국은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서방국가들로서는 충격이 크다. 원유는 통상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지는데 이들 국가들이 자국 통화나 위안화 같은 브릭스 회원국의 통화를 사용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와 위상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브릭스 회원국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가입을 공식 요청한 국가만 22개국이며, 비공식적으로 관심을 보인 국가를 포함하면 40개국이 넘는다. 회원국이 늘어나면브릭스의 영향력은 확대돼 G7의 리더십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브릭스는 유엔 개혁 등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G7 등이 주도하는 현재의 국제 질서에 신흥국·개도국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브릭스는 세계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 중심의 결제 구조를 바꿔나가는 데도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브릭스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2022년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킹달러’ 현상을 계기로 탈달러화와 위안화 위상 강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와 브라질이 힘을 보태고 있다. 2023년 4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상하이 신개발은행에서 “왜 우리는 자국 통화로 무역할 수 없는가? 달러가 세계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라고 연설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브릭스는 이번에 2015년 설립한 자체 개발은행인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의 역할을 늘려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체·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회원국 재무장관들에게 현지 통화, 결제 수단 및 플랫폼 문제를 검토하도록 하고 1년 후 다시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경제 질서는 요동을 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로선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에 대비해야 한다. 국익을 극대화할 정교하고 세련된 외교역량을 구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안보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브릭스 등 다양한 경제 연합체에 대한 관심 또한 적극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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