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성 우려에 주민 갈등까지

개포동 대청·이촌동 현대맨숀
'재건축 추진' 등 이견에 지지부진
"아파트 낡아 전세도 안 나가…
증축 쉽게 내력벽 철거 허용해야"
  • 등록 2019-03-08 오전 4:30:00

    수정 2019-03-08 오후 5:00:43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재건축 보다 사업 진행이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더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매매거래도 뚝 끊기고, 시세도 1년 넘게 꿈쩍하지 않는 상황입니다.”(서울 A리모델링 사업장 조합 관계자)

서울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강도 규제로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자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내부 주민 갈등과 사업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이후 5년 동안 리모델링 완공 단지는 단 한 곳도 하나 없다. 착공에 들어간 곳도 지난달 포스코건설이 첫 삽을 뜬 강남구 개포동 우성9차 아파트가 유일하다. 지금같은 분위기가 장기화하면 결국 리모델링을 준비중이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정비사업 절차(서울시 제공)
75% 동의율 못 채워… 리모델링 ‘차일피일’

서울 지역 노후 아파트들이 최근 리모델링 사업에 잇따라 뛰어든 이유는 사업 가능 연한이 짧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준공된 지 30년이 지나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으로 절반이나 짧다.

리모델링은 사업진행 절차도 빠른 편이다. 사업 개시 이후 조합 설립→ 안전진단→ 건축심의→ 권리변동계획 수립 및 허가→ 사업계획승인→ 이주·착공→ 입주 등으로 재건축에 비해 단계가 짧다. 안전진단 조건(B등급 이상)도 재건축(D등급 이하)에 비해 훨씬 덜 까다로운데다 재건축 부담금이나 용적률 제한도 없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이후 건설사들의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이 단지는 수직 증축 등을 통해 기존 15층 822가구를 최고 18층 902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권리변동 행위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조합과 입주자 대표회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청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전체 조합원 75% 동의를 받아야 구청에 사업승인 신청을 하는데 아직 동의율이 60%에 불과하다”며 “용적률이 높은데다 세대당 대지지분이 적어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한 건데, 일부 조합원이 재건축을 주장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조합측이 주민들 의견을 무시하고 예비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과 짬짜미로 결탁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현대맨숀도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초 지난해 4월 이주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 심의 보류 판정과 일부 조합원의 반대로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조합 예상대로라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이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촌동 S공인 관계자는 “현대맨숀은 아파트가 워낙 낡은데다 사업이 미뤄지면서 전세도 안 나가고, 매매거래도 한산한 편”이라며 “아파트값이 뛸 때도 시세 변동이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단위: 가구, 자료:서울시
서울형 리모델링도 난항… 시범단지 빠질 수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직접 나서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커뮤니티 시설 등을 확충하거나, 수직 증축으로 얻은 일반 분양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현재 △중구 남산타운아파트 △구로구 신도림 우성 1·2·3차 아파트 △송파구 문정 시영·건영아파트 △강동구 길동 우성2차 아파트 등 7개 단지가 선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기본설계 및 타당성 용역 입찰 공고를 냈지만 참여 업체가 나오지 않아 모두 한두 차례 유찰되는 고배를 마셨다. 결국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각 자치구별로 설계 업체가 선정됐지만, 해당 아파트 단지서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단지는 구릉지 일대에 있거나 사업성이 부족해 재건축이 불가능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끝까지 사업을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올 상반기까지는 구체적인 기본설계 계획 등이 나올 예정이지만 앞으로 조합설립, 사업승인 등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 진출을 꺼리는 편이다. 리모델링 대상 단지가 기본적으로 용적률이 높아 건물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고, 강남이나 역세권 입지 외에는 일반분양가 자체가 높지 않아 수익성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과거 진행했던 리모델링 단지 대부분 적자가 발생할 정도로 사업성이 좋지 않지만, 건설사들이 추후 일감 확보차원에서 접근했던 경우가 많았다”며 “수직증축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필수인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연기되면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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