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돋보기]부동산시장이 안정되려면

  • 등록 2023-01-11 오전 6:15:00

    수정 2023-01-11 오전 6:15: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집 값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자산시장 격언이 여기서 통한다. 초유동성과 초저금리로 단번에 형성된 부동산 버블이 40년 만에 초고속 인상된 정책금리로 인해 급격히 꺼지고 있다. 올해 최대의 국내적 리스크요인은 부동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악을 지난 금리나 인플레이션과 달리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 짙다. 파급의 단순 시차 문제는 아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잦아들면 부동산도 안정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부동산시장의 수급적 특성 때문이다. 부동산 수요는 주거 동기보다 투자 동기가 강해 선행적이고(forward-looking) 반응이 즉각적인 반면, 공급은 매우 비탄력적이다. 부지 매입과 인허가, 착공에서 분양을 거쳐 준공까지 3∼4년은 걸린다. 수급 불안이 오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복잡한 건 부동산은 레버리지에 기반해 작동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18 정도로 매우 높은데, 오랜 자산축적이 없는 한 빚을 내지 않고 부동산시장에 접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주택공급 측면에서도 토지는 자기자본이 아닌 브리지론으로 조달하고 부동산 건설과정 역시 자기자본 없이 프로젝트파이낸스(PF)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레버리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레버리지가 부동산 수요와 공급을 좌우하는 것이다. 다만 수요는 레버리지 여건에 즉각 반응하고, 공급은 시차로 인해 한참 후에 나타난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단 레버리지 여건이 개선되면서 작년 같은 수요부진에 따른 부동산 급락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란 시기상조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조달금리의 하향 조정, 여기에 1·3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기대수익률을 높인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의 경착륙 방어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1·3 대책은 본질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수요진작책이라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이란 긴 시각으로 보면 과거처럼 임기응변책일 뿐이다. 때문에 미래의 또 다른 부동산 급등락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의 레버리지 속성을 감안할 때 부동산의 체계적 안정을 위해선 부동산금융이 금리사이클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때 가능하다고 본다. 때문에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수요와 고금리로 인한 수요 충격을 중화할 수 있는 부동산금융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운영하도록 해, 금리 리스크를 전문성 있는 금융기관이 관리토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요자는 고정금리 주담대를 유지한 채 금리가 내려가면 리파이낸싱(refinance)을 통해 저금리 혜택을 누리고, 금리가 올라가면 바이다운(buydown)으로 금리부담을 줄이는 미국식 부동산금융이 가능해진다.

부동산 사업자를 위한 부동산금융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사업자 부동산금융은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거나 유동성 또는 신용위험이 높아지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시장에서 볼 수 있듯 시장실패를 야기한다. 부동산PF의 중단은 금융기관으로선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부동산시장 측면에서 보면 미래 공급부족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년간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공급부족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PF 조달 실패로 인한 공급부족까지 가중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이는 민간 부동산금융만으로 역부족이다. 차환이 아닌 신규 주택공급을 위한 신규 브리지론과 신규 PF가 가능할 수 있도록 공적 부동산금융기관이 민간 금융기관과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리스크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 보증, 후순위, 초과수익 이전 등 다양한 위험분담방안을 강구해 부동산시장에서 민관협력금융의 획기적 확대를 이룰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될 때 1·3 수요관리정책과 공급확대정책이 균형을 이루며 위기관리를 위한 부동산정책의 틀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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