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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온기가 중소형에서 중대형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다. 미분양이 팔리고 신규 분양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중대형 아파트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청약시장에선 1순위 마감하는 중대형 아파트가 늘고 있다. 금융결제원 청약시스템 ‘아파트 투유’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수도권에서 분양된 중대형 2050가구 중 58.1%(1192가구)가 1순위 마감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아이에스동서의 ‘창원자은3지구 에일린의 뜰’ 아파트(전용 84~114㎡)는 평균 22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4월 초 분양한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미사강변 리버뷰자이’(전용 91~132㎡)도 모든 주택형이 중대형으로 구성됐지만 1순위에서 평균 23.8대 1을 기록했다.
경기도 용인시 중동의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 역시 같은 기간 전용 99~199㎡ 규모의 중대형 미분양이 831가구에서 673가구로 감소했다.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의 대명사인 용인시 성복동의 성복자이와 성복힐스테이트 역시 소폭이긴 하지만 중대형 미분양을 털어내고 있다.
대형건설사 주택영업팀 관계자는 “전셋값 부담이 커지면서 할인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최근에는 중소형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오르자 저렴한 중대형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분양 업체들이 시장 호기를 노려 중대형에 대한 과감한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미분양 판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 늘고 몸값도 상승세
실제로 작은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중소형(전용 59~84㎡)과 중대형(전용 84㎡ 초과)간 가격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 차이는 3.3㎡당 현재 311만원이다. 2006년 727만원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2008년부터 매년 줄어든 것이다. 1년 전(324만원)과 비교해도 그새 격차가 3.3㎡당 13만원이나 좁혀졌다.
가격 차가 줄면서 기존 주택시장에서 중대형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국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14만 901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 906건)에 비해 36.6%(3995건) 증가한 것이다.
중대형 공급이 크게 줄어 희소가치가 높아진 것도 중대형 몸값을 높이는 이유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 중대형 분양 물량은 2013년 1만 8727가구에서 지난해 1만 1308가구로 39.6%(7419가구) 감소했다. 전체 공급 물량 중 중대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대 초반 35%에서 지난해는 2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중대형 아파트와의 격차가 줄었고, 중대형 공급도 크게 줄면서 기존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추세는 중대형 공급이 늘지 않는 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