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강원랜드 수사지휘 논란이 남긴 것

  • 등록 2018-05-30 오전 5:00:00

    수정 2018-05-30 오전 5:00:00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지난 15일, 강원랜드 채용 비리 관련 수사단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 공언과 달리 5월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며 기자들
에게 보도 자료를 냈다. 검사들이 이견을 표출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검찰 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검사장이 단장으로 있는 공식적인 수사단이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보도 자료를 낸 것은 전무후무하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2월 4일, 안미현 검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권성동 의원, 염동열 의원, 모 고검장, 검찰 수뇌부 등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폭로를 해서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엄정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검찰 수뇌부가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문무일 총장은 곧 바로 강원랜드 채용 비리 관련 수사단을 구성하고, 수사단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도록 조치했다.

수사단이 불만을 제기한 지점은 문 총장이 약속을 어기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대검 반부패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들이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져나갔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수사단이 제기한 의혹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법학교수·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이 18일 “이들 간부의 지휘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문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정당한 것이었다.

다수 언론에 수사단과 대검의 갈등으로 보도된 이 사건의 전말을 접한 느낌은 “무섭다”는 것이다. 견제 받지 않는 공권력이 칼날을 휘두를 때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해악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사단은 특히 대검 반부패부장이 수사외압을 행사했다고 기소하려고 했지만, 전문자문단에 의하면 그는 만장일치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수사단은 대검, 법무부 간부들을 피고발인으로 추가하는 등 고발장을 대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수사단이 어떠한 의도로 무리한 수사를 했는지는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대검에서 수사단의 수사방향에 대해 아무런 지휘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수사대상이 검찰 고위직 간부가 아니고 일반 국민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관련 수사는 검찰에 커다란 내홍을 남겼다. 국민 다수는 전문자문단의 결론을 믿지 못하고 있다.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수사단의 과잉 수사에 대한 문 총장의 적정한 수사지휘는 제대로 된 검찰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사는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형사사건의 대부분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의하여 종결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검찰권의 행사는 형사사법의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점에서 검사를 준사법기관이라고 하면서, 검사에게 법관과 같은 자격을 요구하고 그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검사가 법관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면 개별 형사사건에서 직접 수사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윽박지르는 검사의 모습이 준사법기관의 지위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주된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는 지난 정권하에서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거나, 검찰권을 남용한 사례가 수차에 걸쳐 반복되어 국민들에게 불신을 남긴 탓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권력자, 검찰내부 등에 대한 수사를 담당할 공수처 도입에는 사회적 합의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인사제도의 개혁과 검찰의 과도한 권한분산이다. 특히 후자, 즉 검찰의 권한 중 수사권은 차제에 경찰에 완전히 넘기고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통해 경찰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에만 전념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권력분립의 정신은 검찰과 경찰 간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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