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때 경제부총리 흔드는 여당…“DJ처럼 경제는 경제팀에”

이해찬 “홍남기 해임” 발언에 기재부 부글부글
최저임금 논란 등 당정청 잇단 불화…“관료 불신 탓”
DJ, 자민련 몫으로 입각한 이규성·이헌재 전폭 신뢰
“대통령 주재 비상TF 만들고 원보이스로 발표해야”
  • 등록 2020-03-16 오전 5:00:00

    수정 2020-03-16 오전 5:00: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습. 이 대표는 지난 11일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기재부의 추경안이 소극적 규모라며 홍 부총리의 해임 건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2018년 12월12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 당시 모습.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획재정부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피해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방안을 강구하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긴급 현안점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확대에 미온적이라며 홍 부총리에 대한 경질 가능성을 언급한 뒤 불거진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구걸”, “엉뚱한 짓”…경제 관료 못 믿는 당청

지난 11일 이해찬 대표의 ‘해임’ 발언이 알려진 뒤 세종청사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기재부 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수는 없는 법”이라며 “홍남기 부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13일 홍 부총리에게 “지금껏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해 달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벌어진 당·정 갈등을 봉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경제정책을 둘러싼 당·정·청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자주 충돌했다. 장 전 실장은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여파로 고용 감소가 뒤따랐다는 지적이 일자 “고용 감소는 분명히 없다”고 밝힌 반면 김 전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줬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작년 5월에는 이인영 민주당 원대대표가 공개석상에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관료들이)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잇단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경제팀에 대한 신뢰 문제라고 풀이한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종합적인 경제정책을 세워야 하는 기재부가 마스크 수급 문제를 점검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등 경제부총리 존재감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 관료에 대한 여권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 DJ정부에 배워야”

정부는 1998년 4월14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경제대책조정회의를 열고 금융·기업 구조개혁 촉진 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김 대통령, 김종필 국무총리서리,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 이기호 노동부 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제공
“김대중 대통령은 2주일에 한 번씩 경제부처 수장들을 다 불러서 위기극복 관련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경제 현안을 회의를 열고 직접 챙긴 건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때는 없었던 일이었다. 내부회의에선 자유롭게 의견이 제시됐지만 당시 언론에 엇박자로 보도된 일은 없었다.”

김대중 정부 때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5일 통화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제대책조정회의를 신설해 경제 현안을 직접 챙겼다. 회의에는 재경부(현 기재부)·산업자원부·노동부, 금융감독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규성 재경부 장관,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자민련 몫으로 입각했음에도 김 대통령은 이들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신뢰를 보냈다.

김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각료들을 전혀 차별하지 않았다. 일 잘하는 장관을 제일 아꼈다”며 “그들의 국정 경험을 나는 신뢰했고 그들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학계에선 보건전문가들에게 코로나19 방역을 맡기듯이 경제부처에게 경제 대책을 믿고 맡길 것을 주문했다. 전례 없는 위기인 만큼 대통령이 부처, 당정 간 이견을 총괄·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아 ‘원 보이스(one voice)’로 경제정책을 발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재정경제2비서관을 맡았던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전 원장은 “과거 신제윤·윤증현·이헌재·이규성·진념 때처럼 일사불란하게 협력하려면 대통령이 주관하는 비상대책동향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경제부처와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방역 시스템이 해외에서 평가를 받는 것처럼 경제대책도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장관의 신뢰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