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 3월 상업용 부동산은 자산에 따라 온도 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리츠는 코로나19에도 가격이 오르며 탄탄한 흐름을 보였지만 매년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였던 오피스는 주춤했고 쇼핑몰 등 리테일 부동산은 약세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오피스와 리테일 물건은 3월 한 달간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낮은 평가를 받으면 다음에 매각할 때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기존에 진행하던 딜(deal)을 클로징 한 사례 빼고는 거래가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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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부동산 시장 흐름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리츠(REITs)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리츠 중 쇼핑몰과 식당 등의 쇼핑몰에 투자하는 리테일 리츠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 Inc)리츠 주가는 9일 현지시간 기준으로 올 들어 54.2%나 하락했다. 헬스클럽 등의 자산이 담긴 웰타워(Welltower Inc)리츠도 30.7% 급락했다. 오피스 자산이 담긴 보스턴 프로퍼티(Boston Properties Inc)리츠도 23.1% 내렸다. 이미 임대료 감소로 배당을 중단한 리테일 리츠도 등장했다.
반면 창고 시설 등의 자산을 담은 퍼블릭 스토리지(Public Storage)리츠는 마이너스(-)2.0%에 그쳤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에퀴닉스(Equinix Inc)리츠는 같은 기간 주가가 17.6%,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 trust)리츠는 20.5% 각각 상승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보고서를 통해 “오피스 시장은 리테일이나 호텔 시장과 같이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으나 코로나 영향에 따른 경제 침체로 시차를 두고 임차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 진전돼도…“소비패턴 변해 수요 달라진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성장으로 리테일이 약세를 보이고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 등을 많은 사람이 경험하면서 장기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기업 에비슨영코리아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를 마친 수도권 물류센터의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한 2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유명한 에비슨영코리아 리서치센터장은 “온라인 전자상거래 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투자 목적의 물류센터 거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신선 식품 배송이 늘면서 저온 기능이 있는 물류센터의 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핵심지와 그렇지 않은 지역에 있는 오피스 자산의 양극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위원은 “재택근무가 대중화된다고 하더라도 필수 인프라가 있는 법”이라며 “도심 핵심지에 있는 프라임 자산은 가격이 내리지 않고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프라임 자산이 아닌 경우에는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래된 오피스는 주거 오피스텔 등으로 재개발해 수익을 높이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와 메리츠증권 건물을 사들인 운용사들은 오피스텔 등 주거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강남의 성암빌딩 역시 오피스보다 주거형 부동산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