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판 버핏세, 무늬만 부자증세

  • 등록 2012-01-02 오전 8:50:00

    수정 2012-01-02 오전 9:00:5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1월 2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1월1일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까지 10분여 남은 시점에 국회는 긴박했다. 소득세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는 한국판 버핏세법안을 급하게 통과시킨 것.

문제는 국회 통과 과정이다. 조세소위에서 오랜 논의과정을 거친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득세 최고구간을 현행대로 유지한 내용으로 통과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버핏세 도입은 물건너간 줄 알았지만 국회 스스로 2011년 마지막날 본회의에서 이를 뒤엎었다.

급하게 만든 수정안인 것도 모자라 통과되는 과정에서 또 한차례 변경됐다. 예산안 심의 막판에 여야 의원 52명이 `과세표준 2억원 초과`에 대해 기존 35%의 소득세 대신 38%의 세율을 적용키로 수정안을 마련했으나 한나라당 내부 조율과정에서 과세표준 3억원 초과로 바뀐 것.

뜨거운 감자였던 버핏세를 통과시키면서 토론이나 협의는 충분치 않았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등 31명이 과표구간 3억원을 기준으로 한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자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3억원으로 과표구간을 올리는 것은 무늬와 모양만 부자증세일 뿐 실효성이 없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반대토론 신청이 이어지자 박희태 국회의장은 `토론종결 동의건`으로 받아들여 표결에 부쳤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더이상 토론은 진행되지 않았다.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조세소위에서 치열하게 논의했던 시간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다.

야당에 따르면 신설되는 최고구간에 해당되는 근로소득자는 1만1000명에 불과하고 이에 따른 세수 증대효과도 고작 5000억원 정도다. 결국 한나라당이 부자정당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부자증세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셈이다. 정부는 8800만원 이상 소득자에 대해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소득세법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세율보다 과세구간을 도입하는 것이 더 민감한 문제라며 버핏세를 도입하려면 좀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지만 당장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게 이같은 말이 귀에 들어올리 만무다.

MB정부 초기 부자감세를 기치로 내세웠던 한나라당이 급하게 버핏세를 처리한 것을 보니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심이 무섭긴 한가보다.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인 내용이 높은 시청률로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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