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헤드윅만 20명…조드윅이 가장 과감해"

뮤지컬 '헤드윅: 뉴메이크업' 5인5색 분장 맡은
채송화 크레아 메이크업 스튜디오 대표
예민한 트렌스젠더 록가수 헤드윅
여배우보다 분장에 20분 더 걸려
조드윅 조승우·뽀드윅 조정석, 윤도현
변요한·정문성 첫 합류
"연기에 도움됐다는 말 가장 뿌듯해"
  • 등록 2016-03-17 오전 6:18:45

    수정 2016-03-17 오전 10:02:48

뮤지컬 ‘헤드윅’의 주역 조승우·조정석(사진=쇼노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콜타임(공연 전 배우가 공연장에 도착하는 시간)이라고 하죠. 헤드윅을 맡은 배우는 공연 3시간 전까지 현장에 와야 해요. 평소 여배우 분장이 40분가량 소요되는데 헤드윅은 대략 20분 정도 더 걸리거든요.”

다른 뮤지컬에 비해 배우 콜타임이 1시간 30분 정도 빠르다. 그만큼 분장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얘기다. 헤드윅 역의 배우에 따라 대사, 상황, 공연시간이 완전히 다른 것은 기본. 의상이나 가발, 화장법 역시 다 다르다. 특히 뮤지컬 ‘헤드윅’에서 의상과 가발, 메이크업은 또 하나의 ‘작품’으로 꼽힐 만큼 비중이 크다.

2005년 4월 한국 초연부터 헤드윅 분장을 맡아온 디자이너 채송화(43) 크레아 메이크업 스튜디오 대표는 남들보다 먼저 극장에 도착해 분장을 준비한다. 드랙퀸(여장남자) 분장을 11년째 하다 보니 트랜스젠더를 다룬 ‘라카지’ ‘프리실라’ 등의 작업을 도맡아 해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분장실에서 채 대표를 만나 5명의 헤드윅 캐스트별 분장과 무대 뒤 이야기를 들어봤다. 채 대표는 “헤드윅은 싸구려 성전환수술의 실패로 ‘그’와 ‘그녀’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30대 후반의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트랜스젠더 록가수”라고 운을 뗀 뒤 “5명 배우마다 피부톤이 다르니 화장법도 다 다르다. 관객 시선은 물론 무대 조명, 배우가 받아들이는 수위에 따라 신경 써야 할 분장도 달라진다. 매번 연구해야 하지만 ‘헤드윅’은 즐거운 작업”이라며 웃었다.

11년째 뮤지컬 ‘헤드윅’의 분장을 책임지고 있는 채송화 크레아 메이크업스튜디오 대표.가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분장실에서 ‘헤드윅’의 독특한 화장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무살 때 배우로 활동하다가 분장 디자이너로 전향한 뒤 국내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채 대표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헤드윅 분장을 맡아 100번 넘게 봐왔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늘 흥분된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기자 bink7119@).
10번째 헤드윅 뭐 달라졌나

공연횟수 1650여회(2014년 10월 공연까지), 누적관객 수 50만여명, 수백회 매진과 전석기립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뮤지컬 ‘헤드윅’이 10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뉴메이크업’이란 부제.

트레이드 마크 같던 허름한 모텔의 배경이 브로드웨이 무대로 바뀌고, 300~400석 소극장에서 700여석의 중극장으로 규모를 키웠다. 실제 폐차장에서 공수한 20여대의 폐차가 드리워진 무대도 볼거리. 뮤지컬넘버 12곡 모두 록음악으로 기존 4인조 밴드(기타1, 기타2, 베이스, 드럼)에 키보드를 추가해 5인조 밴드로 확장, 한층 더 세밀하고 강렬한 음악을 들려준다. 의상과 가발도 모두 새것. 모든 분장 콘셉트는 배우와 소통해 결정했다.

채 대표는 “드랙퀸에 대한 책도 찾아 읽고, 이태원은 물론 해외에 나갈 때면 일부러 드랙킹·드랙퀸쇼를 찾아 다녀봤다”며 “배우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과감하게 요구한다. 관객도 처음엔 낯설어했는데 지금은 훨씬 편안해진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조정석(사진=쇼노트).
2016 ‘헤드윅’은 다섯 색깔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송창의, 엄기준, 이석준, 김수용, 조정석, 이주광, 윤도현, 윤희석, 최재웅, 강태을, 김동완, 김재욱, 박건형, 손승원, 그리고 정문성, 변요한까지. 그동안 수많은 배우가 헤드윅을 거쳤다. 이번 10번째 시즌을 포함해 총 20명의 헤드윅이 탄생한 셈이다. 이들이 작품에서 3~5개의 가발을 쓰는 만큼 그 수만 어림잡아 최소 60개. 최다 출연 배우는 6개 시즌에 참여한 송용진(2005·2006·2007·2008·2009·2014)이다.

이들 중에서도 이번 공연으로 5번째 무대에 서는 ‘조드윅’(조승우+헤드윅)의 조승우(2005·2006·2013·2014·2016)와 5년 만에 ‘뽀드윅’(뽀얗다+헤드윅)으로 돌아온 조정석(2006·2008·2011·2016)이 다수의 고정 팬을 거느리고 있다.

채 대표는 조승우에 대해 “초연멤버답게 과감하고 능수능란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입술도 확대해 그리는 편이고, 진한 립색깔도 잘 소화한다. 특히 가발이나 의상을 갈아입을 때 타이밍이 필요한데 여유가 있다”며 “가발도 머리카락이 자란 것처럼 뿌리 부분을 어둡게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어서 시너지가 나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조정석의 동안 외모는 채 대표에게 늘 고민거리였는데 이번 무대에선 완전히 탈출했다고 했다. “5년 만에 돌아온 조정석에서 연륜이 느껴지더라. 예전에 딱 맞는 메이크업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엔 헤드윅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것 같아 흐뭇하다.” 뽀얀 피부톤이어서 연한 핑크색이나 하늘색이 잘 받는단다. 눈도 반짝이를 많이 사용해 두드러지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조승우·조정성과 함께 나서는 이번 시즌의 헤드윅은 윤도현과 정문성, 변요한. 그중 정문성은 첫 무대인 만큼 헤드윅의 오리진을 표현한다. 윤도현은 로커답게 ‘록스타일’을 강조한다. 채 대표가 특히 기대하는 헤드윅은 변요한이다 “4월 첫 공연을 하는 변요한의 변신은 분장 디자이너인 내가 반할 정도로 분장이 잘 받는다. 테스트 당시 어떤 메이크업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더라. 무대에서 보여줄 게 많지 않을까 싶다. 하하.”

조승우(사진=쇼노트).
왁싱부터 손톱·화장지우기 ‘무대 뒷얘기’

왁싱(수염·털 관리)은 배우가 극장에 오기 전 준비한다. “배우들끼리 왁싱에 좋은 제품을 추천하고 빌려주기도 한다. 공연 전에는 확인만 하는 정도다. 빨리 자라면 공연 시작 바로 전에 깎으라고 하는 편이다.”

정해진 공연시간은 130분 안팎. 앙코르까지 합치면 무려 3시간 가까이 끌고 가기로도 유명하다. 이후 화장 지우는 데만 15~20분 걸린다. 채 대표는 “헤드윅 분장은 얇고 섬세한 눈썹과 글리터(반짝이가루)로 치장한 화려한 아이메이크업이 특징이다. 기존 눈썹을 가린 뒤 얇게 그려 특수 분장하기 때문에 커버력이 좋고 땀에 잘 지워지지 않는다”며 “일주일에 약 3번씩 두꺼운 화장을 해야 해 배우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클렌징크림으로 문지르며 떼어내야 한다”고 귀띔했다. 반짝이를 붙이거나 화려한 색상의 헤드욱 손톱 역시 매번 칠했다가 지워야 분장 작업이다.

채 대표는 “분장은 배우가 캐릭터로 변신하는 첫 관문이자 캐릭터를 관객에 이해시키는 작업”이라며 “배우가 분장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이번 헤드윅이 그렇다. 개성이 돋보이는 5명 모두를 챙겨봐야 할 정도로 매력적”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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