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폭으로 따지면 유럽은 더 심각하다. 미국 증시 하락률은 그나마 3~4% 수준이지만 유럽 증시는 7~9% 폭락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신용위기 쓰나미가 대서양을 건너 오면서 더욱 세력을 확장한 모습이다. 미국보다 더 휘청이고 있다.
환율과 주가가 1200에서 만날 지도 모른다는 푸념이 들렸던 지난달 초만 해도 `설마`하는 쪽이 많았다. 당시 환율은 1100원대였고 코스피 지수가 1410포인트대였다.
그 이후 환율은 빠른 속도로 올라 1200원선을 훌쩍 넘어섰고, 어제 장중 66원 넘게 뛰면서 1290원을 찍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60.9포인트 폭락해 1358.75까지 내려앉았다. 이제 환율과 주가가 만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고, 접선 예상점만 1300선으로 상향조정됐다.
어제 1226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환율이 터보엔진을 단 듯 1260원을 넘어서고 다시 몇초만에 1270원과 1280원을 잇달아 돌파하자 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거래가 뜸한 얇은 장에서 매도 공백이 발생한 순간 매수주문이 갑자기 몰리면서 환율은 폭등했고 당국의 개입에도 환율 상승세는 무소불위였다.
달러 품귀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 구제금융법안 발효에도 불구하고 서로 달러를 쥐고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달러와 유럽의 단기자금 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3개월짜리 유리보는 7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하루짜리 달러 라이보 금리도 밤사이 37bp 올랐다.
정부는 자기실현적 위기를 자초할까 우려된다면서 연일 외환보유액이 적정한 수준이고 또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자원이라고 거듭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호시절일때 외환보유액 2400억달러는 충분하고, 어쩌면 과도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시장이 얼어붙어 있고 돈이 돌고 있지 않은데 과연 외환보유액 전부를 현금화하는데 무리가 없을까 하는 의문도 꾸준하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자꾸 나서서 해명하고 설명하려 할 수록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 자꾸 환란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이 기사는 7일 오전 8시15분에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을 통해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