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하고 싶은 일 하고 마는 성질…원하는 목표는 '경제발전'"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
미국·한국에서 동시 출간
어린시절부터 난폭·강박적 성향
"단호하지만 충동적이지 않아"…북한 낙관론도
  • 등록 2019-06-23 오전 10:25:08

    수정 2019-06-23 오전 10:25:08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김정은은 여덟 살에 아버지의 후계자로 낙점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부모의 말을 안 들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화가 나면 엄마가 하는 말에 반발하는 대신 씩씩거리며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불만의 표시로 밥을 안 먹었다. 성질이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했다. 이모는 이렇게 말했다. “고집이 셌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하고 말겠다는 성질이었습니다.”(‘마지막 후계자’ 중)

워싱턴포스트(WP)의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서구 언론인 중 북한 정보에 가장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 인물로 2018년 말까지 WP의 서울특파원과 도쿄지국장으로 활동하며 한반도 문제를 집중취재했다. 10번이 넘는 북한 현지취재를 통해 북한정권의 향방을 꾸준히 추적했고, 8개국에서 탈북자와 북한의 고위공직자, 일반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김 위원장을 분석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출간한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프리뷰)는 그 노력의 산물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어린 시절과 스위스 유학시절 이야기, 오토 웜비어 죽음의 진실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실었다. 저자가 그려낸 김 위원장은 영리하고 잔혹하며, 외교적인 요령까지 터득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권력유지라는 최종 목표에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파이필드는 책의 서문에서 “2500만 북한 주민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며 “그들이 자유롭게 꿈을 펼치며 사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고 적었다.

△어린시절부터 난폭·강박적 성향

어린시절 김 위원장은 강박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20년 전 북한을 떠났던 친척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어린 시절 비행기와 장난감 배 등에 빠져 지냈는데 작동원리가 궁금해 8살 아이가 밤을 새워 실험을 하곤 했단다. 좋아하던 농구경기를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분석하기도 했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는 “그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합당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있었다”며 “어떤 때 칭찬해 주고, 어떤 때 비판할 것인지 알았다”고 회고했다.

어렸을 때부터 다소 난폭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풍족한 생활을 넘어 실제 차량과 진짜 총도 갖고 있었다. 11살 때부터는 콜트 45구경 권총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고 한다. 후지모토는 6살 소년 김정은을 만났을 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김정은은 손을 내미는 대신 험악한 눈길로 자신을 노려보며 ‘이 놈은 증오스러운 일본놈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단다. 어린 아이가 마흔 살 먹은 어른에게 그런 눈빛을 하는 것이 대단히 놀랍고 당황스러웠다고 그는 전했다.

스위스 유학시절 김 위원장은 정체를 감추기 위해 ‘박은’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살았다. 그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거친 행동을 종종 했는데, 급우였던 한 친구는 “우리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심지어 침을 뱉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은 연출된 ‘쇼’…현재 경제에 몰두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에 관한 뒷 얘기도 흥미롭다. 장성택은 2013년 12월 노동당 정치국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장에 앉아 있다가 끌려나갔다. 이 장면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생하게 방영됐는데, 고위관료 체포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낸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흘 뒤 김 위원장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저자는 이 장면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성택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감금되어 조사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성택 처형은 김 위원장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 일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야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의도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여러 도전을 이겨내며 권력을 공고히 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번이나 만나며 변화 또한 모색 중이다. 저자는 김 위원장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의 존 딜러리 교수의 말을 빌려 김정은이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덩샤오핑’ 같은 개혁가가 될 수도 있다고 전한다.

딜러리 교수는 “김 위원장은 단호하게 일을 밀어붙이면서도 충동적이지 않다”며 북한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친다.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 머지 않은 미래에 남북 정상회담도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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