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S머트리얼즈 안양공장, IPO로 생산력 2배 키운다

‘차세대 이차전지’ UC, 대형 제품 세계 1위
수요 폭발로 생산력 한계…“빠른 증설 필요”
안양·군포 통합…제3의 공장부지 모색 나서
전기차 ‘비상전원’ 공략…배터리사 협의 중
  • 등록 2023-11-28 오전 6:10:00

    수정 2023-11-28 오전 6:10:00

[안양=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지난 20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양 LS머트리얼즈 울트라커패시터(UC) 1공장. 일반 빌딩처럼 생긴 건물 6층에 들어서자 거친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무동과 함께 지어진 공장동에선 ‘차세대 이차전지(배터리)’로 불리는 UC 생산이 한창이었다. UC는 흔히 ‘건전지’ 하면 떠오르는 전기차용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LIB)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차전지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고속 충·방전이 가능하고 수명이 훨씬 길다는 것.

업계에선 흔히 리튬이온배터리를 주전자, UC를 물컵에 비유한다. 주전자는 담을 수 있는 물(에너지)의 양이 물컵보다 훨씬 많지만 주둥이가 좁아 오랫동안 물을 따라낼 수는 있어도 한꺼번에 많은 물을 쏟아내기 어렵다. 반면 물컵은 담기는 물의 양은 적지만 한 번에 확 쏟아내 순간 출력을 폭발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UC는 일차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보완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풍력발전기 터빈과 반도체 공장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공장자동화, 무인운반로봇(AGV) 등에 쓰이고 있다.

양·음극재 화학 반응을 통해 충·방전이 이뤄지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활성탄의 정전기 현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UC는 안전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화학 반응이 아닌 물리 반응이기 때문에 영하 40도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론상 무제한으로 충·방전이 가능한 것도 이런 원리 차이 덕분이다.

LS머트리얼즈 직원이 경기도 안양 1공장에서 울트라커패시터(UC)를 생산하고 있다.(사진=LS머트리얼즈)
LS머트리얼즈는 2002년 LS전선에서 UC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7년 초도 양산에 돌입했다. 당시 인도 풍력 업체와 계약을 성사하면서 발생한 연 매출 1억원은 지난해 기준 1620억원으로까지 불었다. 현재는 전 세계 500여개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전체 매출의 85%가 해외에서 나온다. 내부 거래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판로를 개척해 온 셈이다.

이날 방문한 안양 1공장은 2013년 준공해 올해 열 돌을 맞았다. 2021년에는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군포 2공장을 증설해 가동을 시작했다. 공장 자동화로 근무 인원은 많지 않다. 생산직 기준 안양과 군포에 각각 30여명, 10여명을 두고 있다. 안양은 생산을 담당하며 군포에선 조립이 주로 이뤄진다. 안양 1공장은 전극을 만드는 6층과 드라이룸(건조시설)인 7층으로 나뉜다. 6층에서는 활성탄과 도전재를 혼합해 양극과 음극 재료를 만드는 원료배합 공정으로 전체 작업이 시작된다. 검은 시루떡과 같은 원료가 찰흙 형태로 거대한 슬러리에서 섞이면, 믹싱 공정을 거쳐 먹물 같은 액체로 바뀐다.

LS머트리얼즈 경기도 안양 공장에서 울트라커패시터(UC)가 생산되고 있다.(영상=김은경 기자)
UC는 알루미늄에 활물질을 입힌다. 일정한 압력으로 액을 분사하니 까만 활물질이 은빛 장막 같은 얇은 알루미늄에 달라붙었다. 고온의 바람으로 액체를 말린 알루미늄은 두루마리처럼 굵게 말아져 나왔다. 기술력의 핵심은 코팅 두께를 일정하게 하는 것이다.

김철희 UC사업부 생산팀장은 “액체로 활물질을 분사하다 보니 일정한 코팅과 폭이 매우 중요하다”며 “밀도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두께를 검사하고 모니터에 계속 기록하는데, 불량률은 거의 없는 편이지만 기준에서 벗어난 것들은 잘라서 버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7층은 부품을 조립하는 공간인 드라이룸이다. 전지는 수분에 취약하기 때문에 상대습도 1%를 유지한다. 6층에서 제조한 양극과 음극은 하얀 종이 형태의 절연지(분리막)와 함께 둘둘 말려 UC 셀인 알루미늄 캔으로 투입된다. 충·방전 테스트를 거친 뒤 제조를 마친 셀에는 QR코드를 새긴다. 누가 언제 생산했는지 알 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다. 완성된 제품은 고객사 수요에 따라 엄지손가락만 한 소형부터 한 손에 꽉 차는 중형, 500ml 음료수 캔만 한 대형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LS머트리얼즈 울트라커패시터(UC) 제품.(사진=LS머트리얼즈)
현재 공장 가동률은 약 80%다. 김 팀장은 “지난해에는 가동률이 100%를 초과해 주말까지 근무해도 부족할 정도였다”며 “최근 공장을 증설해 가동률이 낮아졌으나 내년 말이 되면 다시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S머트리얼즈가 서둘러 기업공개(IPO)에 나선 이유다. 회사는 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LS그룹에선 2016년 LS전선아시아 이후 7년 만의 IPO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 대부분을 UC 생산능력(CAPA)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희영 UC사업부장(이사)은 “기존 공장이 있는 안양과 군포는 더이상 생산능력을 확장할 면적이 없어서 제3의 지역을 새로운 공장 부지로 알아보고 있다”며 “내년 혹은 내후년을 목표로 공장을 준공하고 안양과 군포를 합친 것의 2배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LS머트리얼즈는 이차전지가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 보완재로 UC 사용이 가능한 만큼 기존 시장 외에 새로운 수요처를 기대하고 있다. 논의가 활발한 분야는 전기차다. 전기차는 모든 시스템이 배터리 전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긴급히 문을 열거나 임시 작동할 비상전원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UC는 수명이 길고 교체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 안전성이 높아 전기차 비상전원으로 제격이다. 이 이사는 “현재 배터리 제조사와 비상 전원에 대한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 중”이라며 “전기차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LS머트리얼즈는 UC 시장에서 대형 제품 부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소형은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UC는 소형에서 대형으로 갈수록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 이사는 “중국의 가격 덤핑을 경계하고 있으나 기술력에서는 우리가 감히 세계 1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며 “대형 UC 분야에서 기술력 강화로 중국 추격을 따돌릴 것”이라고 했다.

이희영 LS머트리얼즈 이사가 지난 20일 경기도 안양 1공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LS머트리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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