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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시들해진 공모주 시장에 오랜만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2차전지 관련주다. 성일하이텍이 지난 18~19일 실시한 일반청약에서 20조원 넘는 증거금이 몰리면서다. 이달 들어 코스닥과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약 6조7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자금을 끌어모은 셈이다.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2269.7대 1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증권 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반면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정유주는 상장을 포기했다. 지난 21일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IPO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석유제품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데다, 국내 증시도 1년만에 30% 가까이 급락한 만큼 제대로 된 가치를 받기 어렵다 판단한 것이다.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월27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 22일 공모가인 30만원보다 27% 오른 3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대다수 하락마감한 가운데 2차전지 관련주는 테슬라 실적 훈풍 영향에 상승 마감하기도 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 천보(278280)는 2%대 올랐고 엘앤에프(066970)는 장중 반락해 0.71% 하락 마감했다.
시장의 눈은 올 하반기 줄줄이 상장을 준비 중인 2차전지주에 쏠려 있다. 2차전지 배터리 제조 장비 부품 전문 기업인 에이치와이티씨(HYTC)는 28일부터 29일까지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 밴드는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이다.
기업가치가 3조원대에 이르는 WCP도 내달 8~9일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WCP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에 이은 국내 2위 배터리 분리막 제조업체로, 최대 고객사는 삼성SDI(006400)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희망공모가 기준 최대 3조4010억원에 달한다. 이들 2차전지주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얼어붙은 IPO 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만큼 레드오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신규 업체의 2차전지 장비용 부품 시장 진입과 기존 경쟁업체들의 공격적 사업 확장 시 전방 시장의 경쟁 심화 및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