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통령이 위원장인데, 맥빠진 저출산위

  • 등록 2018-03-20 오전 6:00:00

    수정 2018-03-20 오전 10:10:49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여성 고용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제도로 뒷받침해서 남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회,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나라로 나아가도록 힘껏 뛰겠다.” (문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

아이를 가진 엄마들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구원투수 같은 존재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이라고는 출산 지원금과 같은 실효성 없는 내용 뿐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위는 달랐다. 민간위원 수를 대거 늘리고 매월 포럼을 개최해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등 소통을 강조하며 신뢰를 쌓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최고 수장인 위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맡은 것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했다.

첫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기존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며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은 지금”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출산장려 정책이 기존의 정책을 넘어서서 여성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발언에 많은 여성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문 정부의 저출산 정책도 과거 정부가 답습한 책상물린 정책으로 전락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야심차게 발표한 정책들은 실무부처와 전혀 협의되지 않은 발표를 위한 발표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저출산위가 발표한 초등학교 입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10시 출근 및 자녀돌봄휴가는 올해 3월부터 당장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뚜껑을 여니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새학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여전히 회사와 돌봄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시수 관련해서도 저출산위 고위 관계자가 담당 부처인 교육부와 사전 협의 없이 수업시간 연장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 섣불리 발언해 불협화음만 냈다. 정작 교육부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정색했다. 같은 정부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입장에 애꿎은 학부모들만 희망고문 당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 내 소통공간에는 400건 이상의 민원글이 게재돼 있지만 정작 답변은 찾아볼 수 없다.

저출산위 민간위원으로 참여 중인 한 인사는 “회의에 가보면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며 “탁상공론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현재 저출산위는 대통령직속위원회 답게 걸맞게 권위를 갖고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절실하다.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게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정부부처는 이해관계만 따질 게 아니라 저출산위와 적극 협력해 대한민국의 저출산 위기를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은 당신들 손에 달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