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해 말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다. ‘웹툰’ 때문이었다. 청원 게시글은 20만9133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도서정가제 폐지 요구는 수차례 있어왔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청원이 유난히 더 힘을 얻었던 배경으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업계에 보낸 ‘전자출판물의 도서정가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이 꼽힌다. 웹툰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기다무(기다리면 무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론을 들끓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없다는 잘못된 소문이 나면서 청원까지 등장했다”며 “웹툰과 전자책의 도서정가제 적용은 일반 출판물에 적용하는 정가제와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웹툰·웹소설도 유통단위별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고지였지 웹툰·웹소설의 무료보기는 원칙적으로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전자책 월정액 플랫폼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전자책을 단권으로 판매할 경우 전자책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된다”며 “밀리의 경우 도서정가제와 무관한 대여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크게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도서정가제의 위헌심판청구가 헌법재판소에 회부된 상태다. 지난 2월 작가 A씨가 도서정가제를 명시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제4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했기 때문이다. 전원재판부는 180일 동안의 심리를 거친 뒤 재판관들의 의견을 모아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백 대표는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순 없다”며 “무분별한 할인 규제가 보다 많은 효용가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정가제를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고객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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