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놀랐다…지방 부동산의 '광기(廣氣)'

올해 청약 경쟁률 톱 10중 9곳이 지방 분양 단지
광주·대구·부산·울산 집값 상승률 서울 앞질러
"정부 부양책 반짝 효과..입주 땐 거품 드러날 수도"
  • 등록 2015-06-11 오전 6:00:00

    수정 2015-06-11 오후 9:58:5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은 2008년부터 이어진 장기 침체를 벗어나 2014년 하반기부터 반등할 겁니다. 반대로 몇 년째 호황을 누렸던 지방은 집값 조정이 예상됩니다. 아파트 공급 과잉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문가들이 내다본 부동산시장 전망은 대체로 이랬다. 그 결과는? 절반만 맞았다. 지방의 주택 구매 열기가 가라앉질 않아서다.

△주택 공급 과잉 여파로 올해부터 약세가 예상됐던 지방 광역시 부동산시장이 거침없는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서 지난달 개관한 ‘동대구 반도유보라’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반도건설]
장면 하나. 지난 3일 대구 달서구 대곡동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때아닌 야(夜)시장이 열렸다. 이날 ‘동대구 반도유보라’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 발표에 맞춰 분양권 거래를 알선하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수백 명이 몰려든 것이다. 이 아파트는 387가구 모집에 2만 1703명이 청약해 경쟁률 274대 1을 기록했다.

장면 둘. 이달 8일 위례신도시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의 청약 1순위 접수가 마감됐다. 당첨 경쟁률은 서울·수도권에서 9년 만에 가장 높은 평균 161대 1이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올해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이 아파트를 뺀 9곳이 지방에서 나왔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펄펄 끓고 있다. 광주·대구·부산·울산 등 4개 광역시(廣域市)가 활황세의 주역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지방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면서 대부분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예측이 빗나갔다”며 “새 집을 원하는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줄지 않아 호황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시 분양·매매시장은 ‘한여름’

△올해 전국의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자료=부동산114]


호황의 정점에 선 것은 아파트 분양시장이다. 부동산114가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가 평균 77.4대 1로 1위에 올랐다. 아파트 1채를 분양받기 위해 77명이 경쟁을 벌였다는 뜻이다. 광주(58.2대 1), 부산(40대 1), 울산(32.1대 1)이 나란히 뒤를 이었다.

4개 광역시 청약 경쟁률은 전국 평균(8.4대 1)은 물론 최근 회복세를 탄 서울의 청약률(10.2대 1)을 훌쩍 웃돌았다. 그만큼 새 아파트 대기 수요와 투자 수요가 넘친다. 일례로 지난 4월 한 달 동안 대구 달성군에서 거래된 분양권은 총 1284건으로 전국 252개 시·군·구 중 두 번째로 많았다. 1위는 동탄2신도시 분양권이 대거 풀린 경기 화성시(3843건)였다. 대구 외곽의 대규모 산업단지인 테크노폴리스 인근 신세계테크노공인(달성군 현풍면) 이종국 소장은 “2억원대 초반에 분양한 전용면적 84㎡형 아파트에 웃돈이 보통 3500만~4000만원 정도 붙었다”라며 “이마저도 물건이 없어서 거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수도권과 5개 광역시 아파트값 변동률 *2015년은 추정치 [단위:%, 자료:국민은행]
미분양 아파트도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광주·대구·부산·울산 등 4개 광역시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4월 말 기준 1347채로 지난해 말(3578채)보다 62%나 줄었다.

기존 주택시장도 신규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꿈틀대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대전을 포함한 5개 광역시 아파트값은 작년 말보다 2.7% 올랐다. 서울·수도권(2%)보다 가격 상승세가 오히려 가파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집값이 6% 이상 올라 지난해 상승률(3.6%)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서는 서울·수도권과 5개 광역시를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 주택시장이 따로 노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2005~2008년 수도권 집값이 오를 때 지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신규 주택 공급 가뭄에 시달렸던 지방이 2010년부터 반등하자 이번엔 수도권이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집값이 함께 상승하는 부분적인 동조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집값 조정 불가피”


전문가들은 지방 호황의 꼬리가 길어진 이 이례적인 현상의 원인으로 정부 정책과 수요·공급 간 시차가 큰 부동산시장 특유의 착시 효과를 꼽는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와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외지인 투자자가 빠져나간 자리를 지역 내 투자 수요가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을 겨냥한 중앙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 과열된 지방 투자 심리에 다시 불을 댕겼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대구·경북 지역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가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쏟아지는 (입주) 물량 앞에 장사가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의 입주 물량 과잉 여파로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진 대전이 단적인 사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대구·부산·울산 등 4개 광역시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7만 3902가구로 최근 11년 사이 가장 많았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분양시장은 실수요 없이 투자수요만으로도 유지가 되지만 실제 입주 때는 거품의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부산 등은 하반기부터 입주가 본격화해 집값이 약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기사 제목의 ‘광기(廣氣)’는 광역시를 지칭하는 ‘넓을 광(廣)’에 ‘기운 기(氣)’를 결합한 조어로, ‘광기(狂氣)’를 잘못 기재한 것이 아님을 독자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광주·대구·부산·울산 등 4개 광역시의 아파트 분양 물량 [단위:가구, 자료: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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