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日증시 29년 만에 최고치 이면엔 착시 있다?

닛케이225, 시총 아닌 액면가 기준으로 종목 담아
시총 기준으로 보면 코로나 이전 수준 겨우 회복
유니클로 호조와 지수 산출 방식으로 인한 착시
  • 등록 2020-11-27 오전 5:30:00

    수정 2020-11-27 오전 7:54:05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일본의 주가지수가 29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며 전세계 언론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29년 만에 최고치라니…세상에 1살 때 샀던 주식이 30살 되도록 마이너스였단 얘기죠. 떠들썩할 만도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일본 증시가 과연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았는지 의문이 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일본 증시의 상승에는 일종의 착시효과가 작용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평가 주식 많은 日…경기회복 기대감 쏠리나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5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 넘게 오른 26706.42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점(장중 기준)을 또다시 갈아치웠습니다. 심지어 버블 붕괴 직후인 지난 1991년 5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일본의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고 있을 동안, 증시도 똑같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본 증시가 요즘 튀어오르면서 드디어 잃어버린 30년을 탈피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세계 언론들도 앞다퉈 이를 다루고 있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주가가 뒤늦게 튀어오르는 이유에 대해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빅테크 중심 시장에서 저평가 가치주 위주로 색깔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주당순자산가치(PBR)이 1배가 안 되는 일본 주식 중에는 향후 경기가 반등할 때 크게 뛰어오를 수 있는 부품·소재 등 경기민감주가 많은 것도 또 다른 이유라면서요.

실제 글로벌 펀드플로우를 보면 일본 증시로 자금이 꽤 들어오는 건 사실입니다. 블룸버그를 통해 11월 이후 미국에 상장된 국가별 ETF의 자금흐름을 보면(24일 기준) 중국 ETF로 총 14억 4600백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습니다. 일본 ETF를 산 투자자가 두 번째로 많았는데, 규모는 약 10억 300만달러였죠. 3위가 멕시코(2억 1300만달러), 4위가 한국(1억 6000만달러)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에 상장된 ETF의 자금 유입만 따졌기에 실제 자금 유입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글로벌 자금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일본 시장을 그만큼 사고 있다고 해석하는 데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에 닛케이225 지수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유니클로 지수’ 닛케이225론 日증시 판단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본 증시가 축포를 쏘아 올리기엔 다소 이른 시점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닛케이225 지수가 잘나가는 데엔 일종의 착시효과가 있다면서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산출하는 닛케이225지수는 시가총액이 높은 순대로 종목을 비중 있게 담는 코스피지수나 S&P500지수와 달리 기본적으로 주가수준에 따라 담는 주식의 비중을 정합니다. 단 각 종목의 액면을 추정해서 주가를 산출(みなし額面)하는 등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긴 한데요, 기본적으론 주가가 기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본의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보면 △1위 도요타자동차 △2위 소프트뱅크그룹 △3위 키엔스 △4위 NTT도코모 △5위 소니 순인데요, 닛케이225 지수는 주가가 가장 높은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이 11.41%의 비중으로 가장 많이 담겨있습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7위에 지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래서 일본에선 ‘유니클로 지수’라고 비아냥 거리는 투자자도 많죠. 한국으로 치면 주가가 제일 비싼 LG생활건강이 지수에 제일 많이 담겨있는 셈입니다.

이밖에 닛케이225지수에 비중있게 담겨있는 주식은 △2위 소프트뱅크그룹(지수 내 비중 6.4%·시가총액 2위) △3위 도쿄일렉트론(4.38%·22위) △4위 파낙(3.46%·24위) △5위 다이킨공업(3.06%·14위) 등입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토픽스 지수를 비교한 차트. 1991년도(100)를 기준으로 현재 주가를 비교하면, 닛케이225지수는 1991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토픽스 지수는 아직 회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사진=NH투자증권)
반면 한국의 코스피 지수처럼 시가총액 순대로 주식을 담아 구성하는 일본 동경증권거래소의 토픽스 지수(TOPIX)를 보면 이제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겨우 회복한 정도입니다. 닛케이225지수는 일찍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해 2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토픽스 지수로 보면 아직 2018년 1월에 기록한 전고점엔 다다르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1991년의 최고점에도 물론 근접하지 못했죠.

즉, 시가총액만 보면 일본 증시는 겨우 코로나의 여파를 회복한 셈입니다. 하지만 닛케이225지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유독 많이 담겨있어서 주가가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패스트리테일링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라이프웨어의 매출이 오르고 온라인 판매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등의 호재로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입니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닛케이225 지수에서 비중이 가장 큰 패스트리테일링은 라이프웨어 관련 매출 상승과 e커머스화의 진전 등으로 인해 최근 한 달 간 주가가 11.4% 상승하며 닛케이225를 크게 끌어 올렸지만 토픽스 지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간신히 회복했다”며 “일본 지수가 2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데엔 착시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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