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내일부터 못가요" 일방 통보...워킹맘 두 번 울리는 '이모님'

구두계약 중심 육아도우미…갑자기 못 나온다 '통보' 잦아
4명 중 1명은 지인소개로 구인…사설 업체 신뢰 못해
  • 등록 2018-10-31 오전 6:30:00

    수정 2018-10-31 오전 8:47:15

일러스트=심재원(그림에다) 작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2세 아이를 키우며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가영씨(38·가명)씨는 무책임한 육아도우미 때문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1년 가까이 아이를 돌봐주던 육아도우미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해 가영씨와 남편은 번갈아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보느라 회사에서 눈총을 샀다. 다른 육아도우미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설업체를 통해 도우미를 소개받기는 했지만 아이는 새로 온 도우미에 적응하지 못해 아침마다 가영씨에게 매달렸다. 도우미도 아이가 너무 까탈스럽다며 가영씨에게 불평을 늘어놨다.

육아도우미는 아이를 맡긴 부모들에게 ‘갑’(甲)이다. 아프다고, 바쁘다고, 심지어 아무 이유없이 결근해도 속으로만 불만을 삭여야 한다. 괜한 불평을 했다가 그만 두기라도 하면 다른 도우미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아이가 적응하기까지 힘든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해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육아도우미가 ‘갑’…아이 맡기고 전전긍긍

가장 어려울 때가 갑작스레 일이 생겨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다.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는 이영원(37)씨는 “회사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 늦으면 도우미 이모님이 싫은 기색을 보여 힘든 경우가 많다”며 “돈을 더 주더라도 입주도우미를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이가 까탈스럽다’, ‘출퇴근 거리가 길다’는 등의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급여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특정 아파트단지에서 도우미들간 ‘짬짜미’로 급여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은정씨(40)는 “아이를 4년 돌봐주신 이모님이 아파트 옆 동의 시세를 언급하며 그동안 너무 적게 받았다는 말을 자주 해 급여를 월 20만원 올려줬다”며 “아이가 할머니라 부르며 따르는데 이제와 육아도우미를 바꿀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였다”고 말했다.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이 생기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 도우미를 새로 구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알음알음으로 구한 육아도우미는 구두로만 급여나 근무조건을 약속하고 현금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대 보험 등 근로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만큼 책임감도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인 김슬기(36)씨는 “둘째 출산이 임박했는데, 첫째를 봐주시던 이모님이 다른 곳에 일을 가야 한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못한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어쩔 수 없이 예상보다 일찍 출산휴가를 써 위기를 넘겼지만 너무 책임감 없는 행동에 황당했다”고 말했다.

(자료=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4명 중 1명은 지인소개로 도우미 구해

민간업체를 통해 도우미를 구할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일방적 근무종료 통보나 무단결근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이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대체인력을 파견하는 만큼 돌봄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부모들은 오히려 알음알음으로 도우미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KB금융지주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의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도우미를 구하는 채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지인소개(25.6%)’였다. 이어 ‘평소 알던 사람(15.7%)’과 ‘지역 맘 카페 소개(13.2%)’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업체를 통한 도우미 구인은 11.4%에 그쳤다.

내년 초 출산을 앞둔 김희정(34)씨는 “같은 아파트에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육아도우미가 일을 그만둔다고 해 소개받기로 했다”며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다른 아이를 6년 이상 잘 키웠다니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맘카페’ 등에 육아도우미를 구하는 글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다른 아이를 키우며 지역 커뮤니티에서 능력 등을 인정받은 도우미를 구할 확률이 높아서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지영(40)씨는 “아이가 어릴 때야 먹이고 입히는 게 전부일 수 있지만, 조금만 자라도 놀이 활동을 함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엄마들의 눈높이에 맞는 육아도우미가 많지 않아 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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