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文 스마트항만 가보니…“일석삼조 꿈의 항만 만들 것”

2030년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항만 ‘진해신항’ 공사
文 “세계적 모델”, 부산 가덕도 인근 32만평 천지개벽
물류 경쟁력, 항만 안전, 청년·女 일자리 일석삼조 효과
자동화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도, 노사정 상생 모델 필요
  • 등록 2020-12-01 오전 5:00:00

    수정 2020-12-01 오전 5:00:00

[부산·경남 창원=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곳이 다 완성되면 부산항·신항에서 처리하는 연간 컨테이너가 4161만7000개에 달할 것입니다. 처리하는 물동량이 지금보다 2배나 많아지는 것입니다. 지금은 자갈밭이지만 5년, 10년 뒤 오시면 천지개벽한 꿈의 항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데일리 취재진이 이형하 부산항만공사 스마트항만실장 설명을 들으며 진해신항(부산항 제2신항) 공사 현장을 걸어가고 있다. 왼쪽은 준설토로 바다를 매립한 것이고 오른쪽은 매립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이다. 이데일리 DB
2030년에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항만인 스마트항만이 도입되는 진해신항(부산항 제2신항) 공사 현장을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왼쪽은 준설토로 바다를 매립한 모습이다. 경남도 제공
“지금은 자갈밭, 10년내 꿈의 항만 선보일 것”

이형하 부산항만공사 스마트항만실장은 부산 가덕도 인근의 스마트항만 부지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항만은 하역·이송·보관·반출의 항만운영 등 전단계를 인공기능(AI)으로 처리하는 무인 자동화 항만이다.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는 2030년까지 진해신항(부산항 제2신항) 등에 국내 최초로 스마트항만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완성까지 10년이나 남았지만 공사는 벌써 한창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재 진해신항 부지에서는 포클레인, 트럭으로 바다를 메우는 준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스마트항만 도입을 추진 중인 인근 부산항 신항 2-6단계는 지반을 다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진해신항보다 더 빨리 준공될 예정이다. 준공되면 32만평(105만7851㎡)에 달하는 항만이 생겨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16일 부산항 신항을 방문해 당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현 국회 사무총장)과 함께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모형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동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세계적 경쟁을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줄지 않냐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가 찾은 스마트항만 부지인 진해신항(부산항 제2신항)과 스마트항만을 검토 중인 부산항 신항 2-6단계, 국내 최초로 반자동화 항만을 도입한 부산항 신항 4부두가 가덕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스마트항만은 부산항을 세계 최고의 동북아 물류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16일 부산을 찾아 “스마트항만을 연계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세계적인 항만 모델을 우리가 선도하자”고 말했다. 이후 올해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에도 포함됐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자동화·지능화된 최첨단 항만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물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항만·해운업계에서는 스마트항만이 도입되면 반자동화에 비해 물류 경쟁력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도입돼 있는 반자동화가 업그레이드돼 완전자동화 방식의 스마트항만이 되면 생산성도 높아진다. 반자동화는 하역·이송·보관·반출 과정에서 일부는 크레인·트럭 운전사가, 나머지는 무인 자동화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최초로 반자동화가 도입된 부산항 신항 4부두를 운영하는 HPNT의 김진우 기술본부장(상무)은 “예전에는 야간에 기사가 올라가서 운전하고 고장이 나면 수리했는데 반자동이 되니 기계가 24시간 동안 웬만한 일은 스스로 빠르게 해결한다”며 “연간 240만개 컨테이너를 처리하면서 졸음운전이나 부주의도 없어져 안전 사고도 줄었다”고 말했다.

항만 자동화 도입하니 女 일자리 ↑

HPNT 항만운영팀 리모트콘트롤센터(RCC) 직원이 트럭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이데일리 DB
HPNT 항만운영팀 리모트콘트롤센터(RCC) 직원이 트럭에 컨테이너를 올려 놓자, 트럭이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데일리 DB
국내 최초로 반자동화가 도입된 부산항 신항 4부두를 운영하는 HPNT 운영 체계. 리모트콘트롤센터(RCC)에서 원격조정을 통해 항만운영을 통제한다. HPNT 제공
직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수동으로 작업할 때는 남성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반자동 시스템이 도입돼 실내에서 원격조정이 가능해지자 여성 직원이 대거 늘었다. HPNT는 여직원 23명이 전체 야드 크레인 38개를 원격조정하고 있다. 여성들이 정교하고 섬세함이 필요한 원격 운영에서 두각을 보인다는 게 HPNT측 설명이다.

HPNT 항만운영팀 리모트콘트롤센터(RCC) 김민지 반장은 “항만은 장년층이나 남성들이 일하는 곳으로 많이 생각할 텐데, 대부분 업무가 전산으로 바뀌면서 여성이 늘고 연령대도 다양해졌다”며 “지난 10년간 안전하게 항만에서 일했다. 근무 시간을 정확히 지켜 퇴근한다는 점에서 육아 부담이 큰 기혼 여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스마트항만이 정착되면 이처럼 ‘경쟁력 있는 항만’, ‘안전한 일터’, ‘청년·여성을 위한 직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중국 청도·샤먼·양산항에서도 완전 자동화 방식의 스마트항만 도입 이후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항만 이미지가 달라졌다.

정준호 해수부 스마트해상물류추진단장(서기관)은 “유럽, 중국 등에서는 완전자동화 항만이 이미 도입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항만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스마트항만 도입을 대기 시간이 줄어 물류 비용이 절감되는 등 효율성이 좋아지고, 자동화에 따라 안전사고도 급감할 것이다. 여성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직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항만, 경쟁력·일자리 함께 살려야”

다만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완전 자동화 방식의 스마트항만이 확산될수록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항만 자동화과정에서 필요한 장비와 시스템도 중국 등 외국산이 많아 스마트항만 도입이 ‘외국 기업 배불리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명렬 부산항운노조 쟁의1부 부장은 “4차 산업혁명 추세, 안전하고 더 나은 근무환경 등을 고려할 때 스마트항만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부산의 일자리가 줄어 실직 우려가 크다. 시기·속도조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최초 조선공학 박사인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물류 이동을 최적화하는 항만 시스템은 해외에서 이미 도입돼 확산중인 만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우리도 도입할 수밖에 없다”며 “항만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기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줄이는 조화로운 묘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해양수산부, 항만업계, 항운노조]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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