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불임정부 불명예 씻으려면…유연한 고용·성과연봉제 도입해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①고용시장 유연화하자
일반해고 지침·성과연봉제 등 노동개혁 필요해
비정규직법 부작용 성과·직무급제로 해소 가능
  • 등록 2021-02-22 오전 5:30:00

    수정 2021-02-22 오전 5:30:00

최악의 고용 한파다. 올해 1월 고용지표는 코로나19 여파로만 볼 수 없는 고용시장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스페셜 리포트’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법에 규정된 것보다 훨씬 경직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법 제도를 지수화해 평가한 우리나라의 고용경직성은 OECD 평균과 비슷하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기업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용·해고 관행의 경직성은 OECD 36개국 중 12위, 정리해고 비용은 4위이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입구에 붙은 코로나19 관련 휴관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빌딩에서 계약 종료된 용역업체 청소근로자들이 빌딩소유 대기업에게 재고용, 70세 정년 보장 등을 요구하며 여러 날 동안 농성 중이다.

법적인 의무가 없지만 빌딩 소유 대기업은 여론 등을 고려해 인근 빌딩에서의 재고용 그리고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65세가 넘더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근로자에게 거부당했다. 농성 근로자들은 상급 노동단체로부터 생활 지원금을 받고 있고 여론도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일자리 만들려면 일반해고 지침·성과연봉제 등 노동개혁 필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대기업, 특히 제조업의 고용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체 종사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약 15%, 2003년과 비교해 5% 포인트 이상 줄었다. 대기업 제조공장이 국내를 떠나거나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중소기업 일자리 중 괜찮은 일자리인 대기업 협력업체의 일자리도 같이 사라진다.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종사자도 줄고 있다. 2010년 이후 증가하던 제조업 취업자는 2016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후 2019년 현재 443만명이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19년 16.3%로 2000년 20.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우리보다 선진 제조업 강국인 독일(18.9%)보다 낮고 일본과 같다. 현 추세라면 향후에는 일본보다도 낮아질 것이다.

정부는 근로자 보호를 강조하지만 모든 근로자가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52시간제 등 모든 근로기준법의 조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논란 끝에 통과된 중대재해법은 30인 미만 사업체는 제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체는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고 주52시간제는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아직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도 꿀 수 없다.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 아래에서 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니, 중소기업에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0%가 대기업 협력업체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등 복지혜택과 고용보장 격차가 워낙 크니 청년들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재수, 삼수를 한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해 사업을 줄이니 일자리가 줄어든다.

대기업, 공공기관 연관 근로자에 집중되어 있는 높은 임금, 과도한 고용보장이 개선되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회복될 수 없다. 청년들이 일하기를 원하는 대기업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일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 더욱 심해지는 자가당착적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민간부분의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 과다한 공공부분 고용은 경제 운영에 커다란 짐이 된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일반해고 지침과 성과연봉제와 같은 노동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공공기관이 청년들의 취업선호 대상 1위가 되고 있다. 해고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일이 없으면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 하는 주인이 없는 공공기관으로 유능한 젊은이들이 몰리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20여년 전부터 많은 대기업들이 가전 등 단순 제조공정의 일자리를 중국 등 동남아시아로 이전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기업은 일단 정규직이 되면 노동생산성은 같은데 매년 호봉상승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어야 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도 없다.

성과와 직무에 기반을 임금체계가 필요하다. 연공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는 40대, 50대가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면서 노인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노인 4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비정규직법 부작용 성과·직무급제로 해소 가능

비정규직 감소나 처우 개선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2년이 경과하면 정규직으로 채용이 강제되는) 비정규직법의 부작용도 성과, 직무 기반 임금체계가 확립되면 근원적으로 해소된다. 미국은 파견근로자의 급여가 정규직보다 높은 경우가 종종 있다.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파견근로자에게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하여야 생산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파견법 등 고용시장 전반의 제도 개혁이 같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 1월 최악의 고용성적표를 받은 경제부총리는 조속히 공공부문 일자리 9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당초 고용노동부 장관이 올해 만들겠다고 한 일자리보다 7만개가 늘어났다.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고용환경이 아닌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대책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확립된 정부 정책기조다. 사회복지 대책은 필요하지만 일자리 정책 담당자마저도 스스로 속이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

민간부문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의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더이상 만들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규제도 합리적인 검토를 거쳐 일자리 친화적 제대로 된 규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 상큼 플러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