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코스피 200 선물을 팔아치웠습니다. 14일 8068계약을 사들이긴 했지만, 지난달 선물·옵션 만기 이후인 12월 11일부터 집계해보면 이날까지 총 2만 5803계약의 선물을 팔아치운 게 됩니다. 선물은 약속한 날짜에 정해진 금액으로 주고받는 거래를 뜻합니다. 지금보다 지수가 오를 것 같으면 지금 가격에 거래하되 시점은 조금 늦추자(만기까지)고 하는 것이죠. 만기에 지수가 오르면 그만큼 이득입니다. 그래서 보통 선물 매수는 ‘상승 베팅’이라고 해석되곤 합니다. 즉 외국인들은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 어찌보면 하락에 베팅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외국인들이 콜옵션 만큼은 대량으로 사들였다는 겁니다. 콜옵션은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 즉 일종의 티켓같은 겁니다. 지수가 지금보다 오르면 사둔 티켓을 주식으로 바꾸면 되는 거고요, 하락하면 티켓만 버리면 되는 겁(티켓값만 손실)니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이득이죠. 이런 가운데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6거래일 연속 콜옵션을 순매수했고요, 지난 12일엔 무려 1313억원 어치의 코스피 200 콜옵션을 순매수했습니다. 이는 일일 기준 사상 최대규모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숫자는 본 적이 없다’고 술렁거렸죠. 선물 매도로 지수 하락에 베팅했으면서, 반대로 콜옵션 매수로 상승에 베팅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증권가에선 외국인이 지난 연말까지 미리 사두었던 선물에서 이미 꽤 이익을 본 만큼 최근 차익실현에 나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콜옵션은 왜 사들였던 걸까요? 전문가들은 상승 베팅이라기 보단 손실을 제한시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선물·옵션 포지션을 보건대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현재 보수적인 포지션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데에 무게를 둡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 시장에서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던 외국인이 최근 달러 약세 속도 둔화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으로 발을 떼고 있다”며 “백워데이션(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아짐)을 통해 프로그램 순매도 확대(가격이 싼 선물을 사고 가격이 비싼 현물을 매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최근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동학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라는 데에 전문가들은 이의없이 동의하긴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