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점검]④돈 벌기 시작한 한라…한라홀딩스에 볕들까

골프장 리스크 넘긴 한라, 2분기 연속 흑자…한라홀딩스 신용도 영향 '주목'
한라, 단기차입 줄이기 '숙제'…시흥배곧 수주 이후 돈 버는 사업 안보여
신평사들 "여전히 부족하다…계열사 한라 지원 부담 안가셨다"
  • 등록 2016-08-09 오전 7:01:00

    수정 2016-08-09 오전 7:01: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부모님께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용돈을 드렸던 맏형은 부모 용돈에만 기대 사는 동생이 얄밉기만 했다. 맏형이 직접 동생을 도와준 건 없지만 부모님께 드린 용돈이 저 밉상 동생에게 간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하지 않을 리 없었다. 게다가 김영란법 시행이 코 앞인데 사업하기 힘든 골프장마저 부모님께 떠넘긴 동생이다. 그러던 동생이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집안 신용도에도 해가 뜨려나’

한라홀딩스는 건설 부문 계열사 ㈜한라에 대한 지원 부담이 그룹 전체 신용도를 발목 잡고 있는 그룹이다. 맏형격인 자동차 부품사 만도는 2015 회계연도 기준 한라홀딩스 전체 배당수익 209억원의 65%를 배당하는 우량 계열사이지만 ㈜한라는 사업 전망이 불확실한 골프장 제주 세인트포CC를 한라홀딩스에 넘기면서 부담을 안겼다.

자료 : 한국신용평가 (별도 재무제표 기준)
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는 지난 6월 한라홀딩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시장은 1300억원대 순현금 유출과 인수금융 900억원에 대한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면서 제주도 골프장을 인수한 사건에 주목했다. ㈜한라에 대한 추가 지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신용도에 부담을 준 것이다. 자금 유출 이후 한라홀딩스의 순차입금 의존도는 26.4%에서 36.3%로 올랐다.

신평사들은 또 한라홀딩스가 떠안은 골프장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지만 회원제를 퍼블릭으로 전환하고 친환경 테마파크로 조성한다는 구상만 있을 뿐 수익성을 확대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전체 신용도는 만도가 떠받치고 있다. 만도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2014년 125억원에서 지난해말 627억원으로 늘었다.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매출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약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GM그룹 등 해외 완성차 업체로 수주 규모도 늘리고 있다. 내년 초 중국 충칭공장과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과 북미 지역 수요에 대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말썽 많던 ㈜한라가 올들어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2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개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동탄물류단지와 제주 세인트포CC 매각 등 계획된 자구 계획도 이행해 2018년까지는 단계적으로 차입금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신용평가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적이 점차 좋아지곤 있지만 ㈜한라 관련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경기도 시흥 배곧아파트 공사 수주 이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신용도 회복을 발목 잡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천천히 갚아도 되는 장기차입금은 줄고 이자비용은 많이 들고 일찍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는 등 부채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2013년 말 1992억원에 달하던 장기차입금은 올해 1분기 20억원으로 줄었지만 단기차입금은 1972억원에서 3819억원으로 증가했다. 재무 구조를 장기채 위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여의치 않고 있다.

㈜한라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장기차입금을 늘리기 위해 공모채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건설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양호한 실적을 계속 낸다면 머지않아 신용등급 ‘BBB급’에서도 공모채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대출 비중이 크지만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장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라가 극복해야 할 최대 난제로 분석된다. 2015년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6위를 차지하는 등 사업수행능력은 인정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택 브랜드 인지도가 경쟁사에 비해 미흡하다. 항만, 교량, 도로 등 토목 부문의 수주 경쟁력은 양호하지만 최저가 공사 비중이 높아 실질적으로 이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낮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자료 : 분·반기보고서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구 계획의 하나로 동탄물류단지를 사실상 매각했지만 재무 부담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동탄물류단지는 2018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한라 자회사 케이에코로지스를 시행사로 ADF자산운용과 싱가폴투자청 등으로부터 6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명목은 차입금이지만 완공 이후 소유권이 투자자들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매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완공 전까지는 연결 재무제표상 6500억원의 투자금이 부채로 잡혀 신용등급에 대한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상황이 어떻든 한라홀딩스는 ㈜한라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한라홀딩스의 최대주주 정몽원 회장은 ㈜한라에도 지분 22.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회장이 ㈜한라로부터 받을 배당금을 늘리려면 이익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고 길게 보면 정 회장 지분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한라홀딩스 지분으로 교환할 대상이기 때문에 정 회장이 지분 교환 효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한라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라홀딩스의 신용등급 상승의 조건은 ㈜한라 등 자회사의 신용도가 오르고 한라홀딩스 스스로도 차입금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라홀딩스는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이행 시기와 성과가 불확실해 신용도에 대한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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