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홀딩스는 건설 부문 계열사 ㈜한라에 대한 지원 부담이 그룹 전체 신용도를 발목 잡고 있는 그룹이다. 맏형격인 자동차 부품사 만도는 2015 회계연도 기준 한라홀딩스 전체 배당수익 209억원의 65%를 배당하는 우량 계열사이지만 ㈜한라는 사업 전망이 불확실한 골프장 제주 세인트포CC를 한라홀딩스에 넘기면서 부담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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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들은 또 한라홀딩스가 떠안은 골프장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지만 회원제를 퍼블릭으로 전환하고 친환경 테마파크로 조성한다는 구상만 있을 뿐 수익성을 확대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전체 신용도는 만도가 떠받치고 있다. 만도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2014년 125억원에서 지난해말 627억원으로 늘었다.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매출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약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GM그룹 등 해외 완성차 업체로 수주 규모도 늘리고 있다. 내년 초 중국 충칭공장과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과 북미 지역 수요에 대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실적이 점차 좋아지곤 있지만 ㈜한라 관련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경기도 시흥 배곧아파트 공사 수주 이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신용도 회복을 발목 잡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천천히 갚아도 되는 장기차입금은 줄고 이자비용은 많이 들고 일찍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는 등 부채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2013년 말 1992억원에 달하던 장기차입금은 올해 1분기 20억원으로 줄었지만 단기차입금은 1972억원에서 3819억원으로 증가했다. 재무 구조를 장기채 위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여의치 않고 있다.
㈜한라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장기차입금을 늘리기 위해 공모채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건설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양호한 실적을 계속 낸다면 머지않아 신용등급 ‘BBB급’에서도 공모채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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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떻든 한라홀딩스는 ㈜한라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한라홀딩스의 최대주주 정몽원 회장은 ㈜한라에도 지분 22.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회장이 ㈜한라로부터 받을 배당금을 늘리려면 이익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고 길게 보면 정 회장 지분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한라홀딩스 지분으로 교환할 대상이기 때문에 정 회장이 지분 교환 효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한라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라홀딩스의 신용등급 상승의 조건은 ㈜한라 등 자회사의 신용도가 오르고 한라홀딩스 스스로도 차입금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라홀딩스는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이행 시기와 성과가 불확실해 신용도에 대한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