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찬바람 불면 더 생각나는 별미 '한쌍'

겨울 포구 별미 ‘양미리와 도루묵’
  • 등록 2021-01-22 오전 6:00:00

    수정 2021-01-22 오전 6:00:00

겨울철 동해안 포구에서는 연탄불 위에 석쇠를 놓고 도루묵과 양미리를 굽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음식에도 어울리는 한쌍이 있다. 시래기와 고등어조림, 과메기와 미역, 삭힌 홍어와 돼지 수육 등이다. 생선 중에서 어울리는 한쌍이 있다면. 아마도 양미리와 도루묵을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름진 양미리와 알이 꽉 찬 도루묵은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겨울철 동해안 바닷가에서 가장 흔한 풍경 중 하나가 양미리 말리는 풍경이다. 그 곁에는 어김없이 도루묵도 함께 볕을 쬐고 있다.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겨울철 포구의 별미가 바로 이 한쌍이다.

한류성 어종인 양미리는 11월 이후부터 한겨울까지 동해에서 많이 잡힌다. 많이 잡힐 때는 하도 많아서 삽으로 퍼 담을 정도다. 뼈가 그리 세지 않아 뼈째 먹을 수 있다. 소금구이나 볶음, 조림, 찌개 등으로 요리한다. 육식성 어종이라 비린내가 거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동해 연안으로 바짝 붙어 알을 낳는다. 이때 동해안의 어부들은 그물을 놓고 양미리를 잡는다. 까나리와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리기도 한다. 두 어종은 완전히 다른 어종이다.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릿과이고,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이다. 겉은 닮았지만, 속속들이 다른 생선이다.

알이 꽉 찬 도루묵 구이


도루묵도 찬바람 부는 겨울이 제철이다. 여름에는 깊은 바다에 살다가, 겨울철 산란기에 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그물로 가두어 잡는다. 연안에서 잡히는 시기가 양미리와 거의 겹친다. 잡는 방법도 비슷하다.

도루묵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이후 선조가 다시 ‘은어’를 맛보았는데, 예전 그 맛이 아니었던 것. 이에 선조는 “도로 묵이라 부르라”고 했단다. 그래서 이름이 ‘도루묵’이 됐다고 한다.

모두 영양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특징. 양미리는 구득하게 말려 반건조로 보관하면 조림이나 찌개, 볶음으로 오랫동안 맛볼 수 있다. 도루묵은 찌개나 졸임으로 칼칼한 맛을 낼 때 가장 어울린다. 갓 잡은 양미리와 도루묵을 연탄불 석쇠에 올려 노릇노릇 구워 먹는 것도 좋다. 퍽퍽한 하루를 끝낸 서민들이 연탄 드럼통 둘레에 앉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별다른 먹거리가 없던 시절, 지갑 얇은 동해안 사람들에게는 귀한 음식이 바로 양미리와 도루묵이었다.

겨울철 동해안 포구에서는 연탄불 위에 석쇠를 놓고 도루묵과 양미리를 굽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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