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보건의료정책’ 추진동력 상실…국민연금 기금본부 공사화 ‘스톱’

원격의료, 첨단재생의료 활성화 등 의료산업화정책 장기표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정부 공백 상황에 부처간 협의 어려워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구속영장…기금본부 공사화 장기표류 가능성
  • 등록 2017-01-05 오전 6:30:00

    수정 2017-01-05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탄핵 정국 영향으로 현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보건의료정책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격의료, 첨단재생의료 활성화 등 보건의료 산업화를 위한 정책은 대기업 특혜 의혹 등으로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표류 중이다. 관련 시범사업으로 들어간 예산만 수백억원에 달해 국민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등 주요 과제들도 검찰 수사, 정부 공백 상황 등의 영향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결국 해를 넘겼다.

◇원격의료 예산 절반 싹둑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원격의료 제도화 기반구축 사업’ 예산은 14억 9500만원이다. 복지부는 당초 사업 추진을 위해 30억 9300만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와 협의 과정에서 25억 7200만원으로 조정됐다. 이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10억 7700만원이 추가 삭감됐다. 복지부는 올해 원격의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예산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었지만, 결국 예산 절반가량이 깎였다.

원격 의료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도서·산간벽지나 군부대, 원양 선박 등에 공간 제약 없이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의료 영리화, 1차 의료기관의 몰락 등의 이유로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밀려 수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원격의료 시행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8, 19대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복지부는 20대 국회 들어 정부 입법을 통해 작년 6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원격의료를 시행한다고 해도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게 원칙이고, 보완적으로 수단으로 의료취약지 주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군부대나 원양 선박, 섬 지역 등에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일자리 창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의료산업 육성 제자리걸음

또한 현 정부와 여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제정을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도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률은 의료법인이 규제프리존 내에서 광역시 시도의 조례만으로 의료 외 부대사업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공청회 등을 통해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법안들이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해당 안건은 국회 보건복지위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차움병원 대리처방 등 대형의료법인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의료 산업화를 위한 정책은 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도 원격의료 등을 추진했지만 여야간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다. (현재도) 일관성 없이 같은 내용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의료산업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 보다는 일부 병원 특혜나 의료영리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논리가 강해 사실상 내년에도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재생의료지원법)을 발의 했다. 이 법안은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세포치료나 유전자치료 등을 실시하는 ‘첨단재생의료’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 정부의 특혜 의혹을 받는 차움병원 오너일가가 제대혈 불법시술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암초에 부딪쳤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암환자나 희귀 난치성 환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재생의료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밝혀졌듯이 재생의료 활성화 명목으로 일부 병원에 대한 특혜와 규제 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지역희망 박람회’ 보건복지부 부스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군의 원격의료진료를 관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기금본부 독립 물건너가나

복지부가 지난해 마무리짓겠다고 약속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도 결국 해를 넘겼다. 현행 건보부과체계는 건보 지역가입자에게 소득 외에도 자동차, 전월세금액 등에도 건보료를 부과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아 개선안을 추진했지만,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지지부진하면서 표류 중이다. 건보료 부과와 관련한 불만 민원은 한해 평균 6700만건에 달한다.

현재 540조원을 굴리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도 물건너갈 위다. 복지부는 2015년 7월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방침을 발표했다. 기금운용본부 독립으로 전문성을 강화해 2060년으로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적립금 소진 시기를 늦춘다는 계획이다.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 시절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방안은 당분간 논의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삼성 합병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기금운용본부 내 위원들에 대한 정부 영향력은 막강하다.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한다고 해도 위원회 내 가입자 등 외부 참여자들의 영향력은 더욱 작아지고, 정부 입김이 들어간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 시스템에도 문제가 되는 위원회가 더욱 정보공개에 패쇄적인 정부 영향력을 받는 기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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