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or 비프’ 대신 ‘죽 or 만두국’ 기내식 어때요?

백영옥의 ''트랜드 샷''
  • 등록 2007-08-30 오후 12:10:00

    수정 2007-08-30 오후 12:10:00

▲ 백영옥

 
[조선일보 제공] 패리스 힐튼은 비행기로 장시간 여행을 할 때 패스트푸드를 싸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1등석을 탈 게 분명한 그녀가 햄버거라니! “기내식은 너무 맛이 없어요. 사람들도 제 햄버거를 얼마나 탐내는데요.” 한 번 입은 옷은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이 공주병 환자의 지나치게 소박한 기내식 취향은 맘에 들진 않지만, 솔직히 나도 기내식이 싫다. 물기 없이 마른 샐러드와 퉁퉁 불어터져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만한 메밀국수를 몇 번 먹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말 그렇지 않나? 가령 “에어 프랑스는 빵이 너무 맛있어. 빵집에서 벤치마킹 했으면 좋겠어!” 라든가, “에어 인디아의 커리는 죽여줘! 커리가 먹고 싶어서 비행기를 타고 싶을 정도라니까” 라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 기내식이 맛있어서 늘 풀 부킹 상태인 항공사 같은 건 없다. 기내식 때문에 새벽부터 공항에 나와 비행기 뜨길 눈 빠지게 기다리는 단골 승객 같은 건 없단 소리다.

기내식이 맛없다는 건 여행의 최고 요건이 온통 ‘먹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 비극이다. 기내식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건 적이 있다. 기내식 담당자는 기내식이 특정 계층의 열광적인 호응이나 불만 모두가 독이 되는 특별 메뉴란 얘길 꺼냈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 일등석에서 제공하는 전복죽의 경우 죽을 즐겨 먹는 젊은 세대와는 달리, 나이든 어른의 경우는 죽이 없던 시절에 먹던 음식이라는 거부감 때문에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또 스테이크의 경우 75도에서 굽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기내의 엄격한 위생규정상 90도로 바싹 구워야 하는 원칙이 있단다. 비행 중의 높은 고도 때문에 승객들의 입맛이 둔해진단 얘기도 꺼냈다. 그래서 기내식은 일반식보다 조금 더 짜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얘길 들어보니, 기내식이 특별히 맛이 있을 턱이 없는 이유가 한 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이런 불만 때문에 언젠가 ‘꿈의 기내식’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기내식 메뉴들을 직접 구성해보기도 했다. 가령 건조한 기내에서 내가 먹고 싶은 건 죽이나 기내식 만두국처럼 물기가 있는 음식들이었다. 사실 국물이 들어가면 만두가 금세 불 것 같지만, 육수와 만두를 따로 서빙하면 그런 문제점은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다가 타이항공의 ‘미고랭’이나 JAL의 ‘라멘’처럼 각국의 정체성을 살린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한 요리사는 여행하는 나라의 향료를 넣은 샌드위치를 제안했는데, 불고기 샌드위치를 귤이나 배처럼 우리나라 특유의 과일과 함께 서빙하면 좋을 것 같단 얘길 했다.

기내식뿐만 아니라 서빙하는 음료수도 그렇다. 두통을 유발하는 커피나 홍차, 녹차만 서빙할 게 아니라 ‘허브티’처럼 수면에 도움을 주는 차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 또 ‘에어 프랑스’나 ‘브리티시 에어’처럼 갤리(주방)에 사발면이나 스낵을 준비해 사람들이 배고플 때 찾아 먹을 수 있게 하는 간단한 배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설마 사발면 가격이 비싸서 갖다놓지 않는 건 아닐 거다.).

한 잡지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싱가폴 에어라인 기내식이 달리 맛있는 게 아니야. 걔들은 기본기에 충실하잖아. 샐러드는 차게! 빵은 따뜻하게! 이것만 지켜줘도 최악은 면할 수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정답인 것 같다. 푸석하고 차가운 빵에 발라지지 않는 딱딱한 버터를 눌러 먹는 것만큼 목이 메는 일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킨 아니면 비프’ 일색인 기내식 메뉴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운이 없는 사람은 백날 가야 비행기 안에서 비빔밥 한 번 못 먹어봤으니 말이다(이코노미 클래스에서도 분명 비빔밥을 서비스 하고 있다고 한다). 나만 그런 건가?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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