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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패리스 힐튼은 비행기로 장시간 여행을 할 때 패스트푸드를 싸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1등석을 탈 게 분명한 그녀가 햄버거라니! “기내식은 너무 맛이 없어요. 사람들도 제 햄버거를 얼마나 탐내는데요.” 한 번 입은 옷은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이 공주병 환자의 지나치게 소박한 기내식 취향은 맘에 들진 않지만, 솔직히 나도 기내식이 싫다. 물기 없이 마른 샐러드와 퉁퉁 불어터져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만한 메밀국수를 몇 번 먹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말 그렇지 않나? 가령 “에어 프랑스는 빵이 너무 맛있어. 빵집에서 벤치마킹 했으면 좋겠어!” 라든가, “에어 인디아의 커리는 죽여줘! 커리가 먹고 싶어서 비행기를 타고 싶을 정도라니까” 라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 기내식이 맛있어서 늘 풀 부킹 상태인 항공사 같은 건 없다. 기내식 때문에 새벽부터 공항에 나와 비행기 뜨길 눈 빠지게 기다리는 단골 승객 같은 건 없단 소리다.
기내식이 맛없다는 건 여행의 최고 요건이 온통 ‘먹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 비극이다. 기내식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건 적이 있다. 기내식 담당자는 기내식이 특정 계층의 열광적인 호응이나 불만 모두가 독이 되는 특별 메뉴란 얘길 꺼냈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 일등석에서 제공하는 전복죽의 경우 죽을 즐겨 먹는 젊은 세대와는 달리, 나이든 어른의 경우는 죽이 없던 시절에 먹던 음식이라는 거부감 때문에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한 잡지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싱가폴 에어라인 기내식이 달리 맛있는 게 아니야. 걔들은 기본기에 충실하잖아. 샐러드는 차게! 빵은 따뜻하게! 이것만 지켜줘도 최악은 면할 수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정답인 것 같다. 푸석하고 차가운 빵에 발라지지 않는 딱딱한 버터를 눌러 먹는 것만큼 목이 메는 일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킨 아니면 비프’ 일색인 기내식 메뉴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운이 없는 사람은 백날 가야 비행기 안에서 비빔밥 한 번 못 먹어봤으니 말이다(이코노미 클래스에서도 분명 비빔밥을 서비스 하고 있다고 한다). 나만 그런 건가?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