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정부를 믿지 않는 국민들

  • 등록 2012-08-07 오전 9:15:00

    수정 2012-08-07 오전 9:15:00

[상하이=이데일리 양효석 특파원]지난주 한족 출신 중국 젊은이들과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대화의 소재가 베이징 폭우 피해로 넘어갔다. 61년만에 내린 폭우로 77명이나 사망해 안타깝다고 말한 뒤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사실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거예요. 중국인들은 정부 발표를 잘 믿지 않습니다”. 베이징시 정부도 1차 사망자 수 발표에선 37명이라고 말했다가 2차 집계에선 77명으로 늘었다고 정정해, 당시 성난 민심을 언론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몰랐다.

이보다 한 주 전쯤 출장차 베이징에 갔다가 상하이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을 때였다. 중국 차기 지도자로 손꼽힌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 탑승객이 관심있게 쳐다보면서 저자가 누구인지 물어봤다. 중국·홍콩·대만에서 특파원 생활을 오래한 일본인 기자가 쓴 책이라고 말했더니 역시 돌아오는 답변이 의외였다. “중국인 기자가 쓴 시진핑 책이라면 읽지 마세요. 중국인이 쓴 국가 지도자 책은 믿을 수가 없어요”. 정부가 언론·출판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만국박람회 등을 성공적으로 치뤄내는 등 최근 10년간 경제 성장률 8%대를 유지한 강대국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경제위기 속에서도 잘 버티며 미국과 함께 확실한 주요 2개국(G2) 국가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세계 5번째로 해저 7000m까지 내려가 탐사하는데 성공했고, 세계 3번째로 유인 우주선 도킹을 이뤄냈다. 내년에는 달 탐사위성까지 쏘아올릴 계획이라며 과학강국의 모습도 자랑하고 있다. 군사·외교적으로도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남중국해 영토분쟁에서도 미국과 당당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긍심을 이끌고 있는 정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도 현실이다. 물론 얼마 안되는 중국인들을 보고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봐왔다는 이들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는데 공감한다. 중국내 일부 신흥 부유층은 정부의 눈길을 피해 아예 해외로 자산을 분산시키고 있으며 서민들은 생활에 전념하느라 불만을 표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13억명이나 되는 거대한 나라에서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고 안정을 유지하긴 어렵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도시화율이 50% 수준일 정도로 아직 경제 발전에 나서야 하는 만큼 전체적인 사회 안정을 이끌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3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4억명의 중산층을 형성했고 또다른 4억명을 절대 빈곤에서 헤어나오게 했을 정도로 성과를 냈으니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루기 어렵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은 단시간 내 가능해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은 단시간 내 이루기 어려운 법이다. 전문가들도 이제는 중국이 양적인 발전과 함께 질적인 발전을 함께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허베이(河北)성 북동쪽 휴양도시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는 중국 전 현직 지도부들이 모여 비공개회의를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차기 지도부(상무위원)가 결정된다. 이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차기 지도부로 확정됐으며,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 것이다. 이들이 중국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갈 지가 중요하다. 지난 3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실제로 전반적인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된 중국인들, 그들의 행복지수도 비례해 높아졌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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