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는 최근 수년간 드라마틱하게 변해왔다. 2004년만해도 원화와 엔화의 환율은 ‘100엔=1100원’이었으나 현재는 ‘100엔=780원’으로 급변했다. 100엔짜리 일본제품을 사기위해 1100원을 지불하다가 이제 780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일본 현지 한국인 소비 급증
한국인의 일본 관광은 이제 선택 받은 특권이 아니라 일상적인 방문으로 변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訪日) 한국인은 211만명으로 2001년의 두 배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방한(訪韓) 일본인은 233만명으로 2001년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인의 일본 방문객 수가 일본인의 한국 방문객 수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쓴 비자카드 사용 금액 추이도 엇갈린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비자카드 사용액은 7047만달러로 전년대비 29%나 늘었다. 반면 일본인이 한국에서 소비한 액수는 9794만달러로 16%나 줄었다.
하나투어측은 “지난해 겨울에 비해 올 겨울 일본 골프여행객 수가 두 배 늘었다”며 “올 한국 날씨가 포근했는데도 이 정도 늘었다는 것은 놀라운 수치”라고 말했다.
◆비쌀수록 일본에서 사는게 싸다
엔저 덕분에 일본제품 구매대행 사이트도 인기다. 일본 현지 옥션,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하여 골프채, 낚시릴, 자동차 튜닝제품을 대신 구입하여 한국으로 보내주는 사업을 말한다. 일본 제품구매 대행사의 수는 수십개에 이르는데, 고속 성장중이다.
구매대행사 중 하나인 재팬엔조이의 거래액은 2005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재팬엔조이 최영욱 사장은 “100엔에 1100원 하던 2004년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800원을 밑도니까 그때와 비교해보면 일본제품을 30% 정도 세일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어 “지난해 10월 친구 부탁을 받아 일본현지에서 미즈노 골프채 구입을 대행하면서 배송비, 수수료, 세금 등을 합해 100여만원 남짓 들었다”고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같은 제품의 국내가격은 200만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식품류부터 확산되는 한국 침투
일본 제품 중 대표적인 한국 침투 품목은 식품류. 대부분 일본 현지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환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백화점측은 “지난 3년간 엔저현상의 지속으로 일본산 식품가격이 10% 가량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이 국산과 가격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일본산 과자류의 경우 20%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국산과 가격이 비슷해진 일본산 초콜릿은 지난번 밸런타인데이 때 전년대비 15% 정도 매출이 신장했는데 비해 국산 제품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