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로 ‘한국보다 싼 일본’…한국 소비패턴 바꾼다

1.한국인 일본여행 붐-현지 물품구매 늘어 카드사용 29% 껑충
2.고가품일수록 싸다-골프채등 명품 위주 구매 대행업체 성황
3.식품부터 한국 상륙-일제 과자·면·양념 한국내 매출 급신장
  • 등록 2007-02-21 오전 9:48:02

    수정 2007-02-21 오전 9:48:02

[조선일보 제공] 홈씨어터 기기에 관심이 높은 직장인 양모(41)씨는 다음달 일본 출장 길에 올해 국내에도 출시된 미쓰비시 프로젝터 LVP-HC1100 제품을 사올 작정이다. 이 제품의 일본 가격은 10만7999엔으로 원화로 환산(100엔=800원 기준)하면 86만원이다. 반면 가격 비교사이트인 에누리닷컴을 통해 알아본 이 모델의 국내 최저가는 135만원. 일본 현지가격이 49만원이나 저렴하다. 입국하면서 세관에 세금을 내더라도 일본에서 구입하는 편이 훨씬 싸다. 일본 엔화 약세로 한일(韓日)간 물가 역전(逆轉)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본 여행이 급증하고 일본제품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골프채·명품 등 고가품을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백화점 등지에선 일본 식품류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엔저(低)가 한국인의 소비생활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엔화가치는 최근 수년간 드라마틱하게 변해왔다. 2004년만해도 원화와 엔화의 환율은 ‘100엔=1100원’이었으나 현재는 ‘100엔=780원’으로 급변했다. 100엔짜리 일본제품을 사기위해 1100원을 지불하다가 이제 780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일본 현지 한국인 소비 급증

한국인의 일본 관광은 이제 선택 받은 특권이 아니라 일상적인 방문으로 변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訪日) 한국인은 211만명으로 2001년의 두 배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방한(訪韓) 일본인은 233만명으로 2001년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인의 일본 방문객 수가 일본인의 한국 방문객 수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쓴 비자카드 사용 금액 추이도 엇갈린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비자카드 사용액은 7047만달러로 전년대비 29%나 늘었다. 반면 일본인이 한국에서 소비한 액수는 9794만달러로 16%나 줄었다.

하나투어측은 “지난해 겨울에 비해 올 겨울 일본 골프여행객 수가 두 배 늘었다”며 “올 한국 날씨가 포근했는데도 이 정도 늘었다는 것은 놀라운 수치”라고 말했다.

국내최대 일본여행 관광회사인 ‘여행박사’는 “최근 1~2년 사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주도 가듯’ 일본 자유여행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심원보 여행박사 팀장은 “엔화가치는 떨어지고, 한국 물가는 올라가고, 일본 물가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삼박자가 일본 여행 붐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쌀수록 일본에서 사는게 싸다

엔저 덕분에 일본제품 구매대행 사이트도 인기다. 일본 현지 옥션,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하여 골프채, 낚시릴, 자동차 튜닝제품을 대신 구입하여 한국으로 보내주는 사업을 말한다. 일본 제품구매 대행사의 수는 수십개에 이르는데, 고속 성장중이다.

구매대행사 중 하나인 재팬엔조이의 거래액은 2005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재팬엔조이 최영욱 사장은 “100엔에 1100원 하던 2004년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800원을 밑도니까 그때와 비교해보면 일본제품을 30% 정도 세일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어 “지난해 10월 친구 부탁을 받아 일본현지에서 미즈노 골프채 구입을 대행하면서 배송비, 수수료, 세금 등을 합해 100여만원 남짓 들었다”고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같은 제품의 국내가격은 200만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식품류부터 확산되는 한국 침투

일본 제품 중 대표적인 한국 침투 품목은 식품류. 대부분 일본 현지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환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에서는 지난해 말 수입식품 매장 면적을 종전보다 4배 가량 넓히는 리뉴얼을 단행했다. 다시마 간장, 돈가스·샤브샤브 소스, 일본 소바 등 취급품목 1500여개에 달하는 대형 조미료 매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넓어진 매장의 절반을 일본산 식품류가 채웠다.

백화점측은 “지난 3년간 엔저현상의 지속으로 일본산 식품가격이 10% 가량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이 국산과 가격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일본산 과자류의 경우 20%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국산과 가격이 비슷해진 일본산 초콜릿은 지난번 밸런타인데이 때 전년대비 15% 정도 매출이 신장했는데 비해 국산 제품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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