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시작된 중부지역 장마가 50일째 이어지면서 2013년 49일의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 최장 장마를 기록하면서 11개 시·도에서 발생한 이재민은 8000명에 이르고 13명이 사망했다. 1100여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도로나 교량이 끊기고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등이 침몰, 침수되면서 경제적 손실도 잇따랐다.
기후위기 앞에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며 SNS상에서는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니라_기후위기입니다‘ 해시태그가 이어졌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비롯해 자연재해,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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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과 겨울에 모두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2019년 무려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7월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가 영향을 미쳤고, 8월 8호 태풍 ‘프란시스코(Francisco)’, 9호 태풍 ‘레끼마(Lekima)’, 10호 태풍 ‘크로사(Krosa)’가 강타했다.
가을에도 태풍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강한 바람을 동반한 13호 태풍 ‘링링’, 17호 태풍 ‘타파’, 제18호 태풍 ‘미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발생했다. 당시에도 태풍이 뿌린 많은 비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1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기상청은 이처럼 9월 태풍이 많아진 이유로 북태평양 고기압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고, 지구 온난화와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의 고온현상과 이상기후로 인해 태풍 북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후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 찾아왔고, 눈보다는 비가 오는 곳이 많았다. 전국 평균기온도 3.1도로 평년보다 2.5도 높았다.
이러한 봄철 기온변동이 심했던 요인은 지구의 기온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3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제트기류에 갇혀 시베리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에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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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올해 여름 폭우가 쏟아진 것도 지난해 겨울 유난히 따뜻했던 북극과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을 지목했다. 보통 장마는 한반도에 유입된 찬 공기와 온난 습윤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나 6월 말부터 7월 중순, 8월 초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줄어든다. 이번 장마가 유난히 긴 이유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지는 재난현상, 정치권 “재난 대응 시스템 갖춰야 한다”
이어지는 이상기온 재난현상에 정치권도 기후변화에 따른 상황임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섰다.
13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수해는 단순한 여름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에 따른 재난”이라며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에서는 폭우로 5000만 이재민이 발생했고 유럽은 역대급 폭염으로 비상”이라고 했다.
이어 “극단적 날씨가 일상화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수해 복구를 긴급 대응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항구적 재난 대응을 목표로 종합적 복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일어난 문제들을 보면 기후변화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번 수해로 많은 사람들이 생활 터전을 상실하고 실망에 처해 있는 상황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 추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앞으로도 기후위기 심화로 얼마든지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재난이 닥칠 수 있다”며 “정치권의 대책은 근시안적인 피해 원상복구를 넘어 기후재난을 대비한 개선복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대책 마련 제안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