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美경제)①`바닥뒤 바닥` 쌍바닥(W) 오나

경기후퇴 기정사실..정부 정책 `백약무효`
하반기 일시 반등후 재둔화 가능성 부각
주택경기 회복지연·신용위기 장기화 `최대변수`
제2 베어스턴스 `촉각`..유럽도 좌불안석
  • 등록 2008-03-18 오전 10:25:00

    수정 2008-03-22 오전 3:56:43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미국 경제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는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진정되기는 커녕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신용위기는 차츰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파급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세계 2차대전이후 최악의 경기후퇴(Recession)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경제위기의 실상을 시리즈로 정리한다.- 편집자주

급기야 85년 역사의 5위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가 신용위기의 검은 그림자인 `신뢰의 붕괴`에 직격탄을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더나아가 제2, 제3의 베어스턴스를 양산할 수 있는 `패닉`의 징후도 여전히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르는 긴급 처방은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다. 선순환의 단초를 마련하려던 그들의 전략은 번번히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오히려 `때는 이미 늦었다`는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시간은 아직도 그들의 편이 아니다. 효과가 발휘될 틈을 주기는 커녕 문제를 고스란히 안은 채 달러 추락과 유가 고공행진 등 부작용을 덧칠하는 새 국면으로 내달리는 형국이다. 두서너 발자국씩 엇박자를 내는 `뒷북치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가능성이 있는 경기후퇴(recession)에 진입했다"며 "금융시장은 거래를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로 가득차있고, 자산가치 산정에 대한 불신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후퇴 `논쟁조차 무의미`..W자형 `고개`



미국의 경기후퇴(recession)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미 진입했다는 진단은 새롭거나 놀랄만한 소식도 아니다. 경기후퇴 논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관심의 초점은 미국 경제가 언제쯤 바닥을 칠 것인가를 넘어섰다. `그 바닥이 진짜 바닥일까`라는 의구심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첫번째 바닥이 진바닥이 아닌 쌍바닥을 드러내는 `W자형 성장`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반기중 경기가 회복되리라던 단순한 공식의 벽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같은 비관적 전망은 ▲주택경기 회복 지연 ▲신용위기 장기화 ▲유가 추가 상승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7개월새 무려 225bp나 내려간 연방기금 금리와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는 경기부양의 효과로 하반기중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중후반에 가야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긴급 처방을 통해 경제 주체의 심리를 개선시켜 선순환 모멘텀을 제공하겠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감안할 때 `반짝 모멘텀`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모멘텀의 불씨는 단명으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와 2분기 GDP는 전분기대비 -0.5%씩 역성장한 뒤 3분기에는 3%의 가파른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4분기들어 다시 경기가 둔화되면서 내년 1분기에는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리먼브러더스도 이같은 전망에 동참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오히려 내년 1분기의 성장률이 -1%까지 추락,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경기침체와 신용위기가 실물 경제로 깊숙히 전염되면서 고용시장과 개인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것도 미국 경제의 앞날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진원지 여진 지속` 주택침체 장기화..실물경제 깊숙히 전염

미국 경기침체의 진원지는 주택시장이다. 장기간의 저금리를 등에 업은 `묻지마` 투기 열풍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잔뜩 만들어냈고, 급기야 거품이 터져 버렸다.

그 결과는 `25년래 최악의 주택경기침체`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마구잡이식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걷잡을 수 없는 채무불이행 사태를 낳으며 주택경기침체를 신용위기로 확산시키는 교량 역할을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복잡한 파생상품의 거품이 덩달아 꺼지면서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을 양산했고, 이로인한 신용경색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금융시스템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 및 연준의 긴급 처방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동안 미국 정부는 주택경기침체의 핵심고리로 부상한 `주택차압(foreclosure)`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호프 나우(HOPE NOW)`와 주택차압 조치를 유예하는 `프로젝트 라이프라인(Project Lifeline)`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주택차압` 사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월 주택차압 건수는 22만36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나 급증했다. 리얼티트랙의 제임스 J. 사카시오 최고경영자(CEO)는 "주택차압 증가세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모기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오는 5~6월 주택차압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의 매물화를 의미하는 주택차압 건수가 계속 늘다보니 주택가격 하락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지수인 `S&P/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주요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8.9% 하락, 20년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06년말과 비교하면 10.2% 떨어진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소 15%까지 하락해야 주택가격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판매도 사상 최저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택경기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들이다.

미국의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의 리차드 사이론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주택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점 이후의 하락률은 예상치의 3분의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신뢰붕괴 `나부터 살자`..`백약무효`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는 제2, 제3의 신용위기 뇌관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거듭 나서고 있고, 새로운 대출제도를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한 복잡한 파생상품의 부실이 금융시스템을 이미 무너뜨렸기 때문에 대규모 유동성을 퍼부어도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효과는 커녕 달러 가치의 사상 최저치 행진으로 유가 등 상품의 고공행진을 부추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만 잔뜩 키워놓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장기간 후퇴국면에 진입한다면 경기둔화 속 인플레이션 상승을 의미하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리스크를 알 수 있는 TED 스프레드(90일물 리보-3개월 국채수익률)는 다시 확대 추세다(왼쪽 표). 최근 모기지 금리도 오히려 상승하면서 지난해 여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중의 돈이 현금과 맞먹는 국채로만 대거 몰리는 `안전자산선호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반면 위험자산에 대한 거래는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모기지유동화증권(MBS) 가격의 추락은 금융권의 무차별적인 마진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분 상환 요구자금) 사태를 촉발했고, 급기야 베어스턴스 사태로 귀결됐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는 연준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수혈 받았지만 결국 JP모간에 2억3000만달러라는 헐값에 팔리고 말았다.
 
이번 구제금융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신용위기를 차단하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서로 자금관계가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월가로선 제2, 제3의 베어스턴스를 걱정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힌즈데일 어쏘시에이츠의 폴 놀테 투자담당 이사는 "문제는 신용 위기가 신뢰의 위기로 옮겨갔다는 점"이라며 "신용 위기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신뢰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유럽 `좌불안석`


더 큰 걱정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특히 미국과 금융거래 비중이 높은 유럽이 좌불안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영국과 유로존의 미국 회사채 투자비중은 무려 40%에 달하고 있다. 이중 상당부문은 자산담보부증권(CDO) 등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추가 손실이 현실화될 공산이 높다. 또 미국과 유럽의 신용위기가 더욱 심화된다면 이머징마켓의 본격적인 동조화 현상으로 글로벌 신용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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