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들이 뛰어노는 수목원… 이것은 동화다

수목원을 가다 ― 베어트리파크
  • 등록 2009-05-28 오전 11:35:00

    수정 2009-05-28 오전 11:35:00

[조선일보 제공] '이걸 왜 남들한테 개방했을까?'

지난 11일 충남 연기군에 문 연 '베어트리파크(Beartree Park)'를 돌아보면서 내내 들었던 의문이다. 주인이 엄청나게 애정을 쏟아 부은 흔적이 역력했다. 드넓은 수목원 어디를 가도 사람 손이 닿지 않아 보이는 구석이 없다. 이곳은 LG그룹 고문을 지낸 이재연씨 부부가 지난 45년 동안 가꿔온 수목원이다. 이재연 베어트리파크 회장은 "45년 동안 주말마다 찾아와 나무가 아프다면 약 주고, 목마르다면 물 주다 보니 아름다운 자연이 됐다"고 했다. "부부가 즐기기엔 규모가 너무 커졌죠.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수목원이라지만 놀이공원 같은 인상이다. 입구인 '게스트하우스' 건물부터 놀이공원에서 언뜻 본 듯한 디자인이다. 놀이공원 수준은 아니지만 베어트리파크에는 다른 수목원과 달리 나무와 풀과 꽃 외에 동물이 많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오히려 나을 것 같기도 하다.

▲ 베어트리파크‘향나무동산’. 45년 전 심을 때는 유치원 아이들보다 훨씬 작았을 향나무들이 이제 아이들을 굽어본다./조선영상미디어

게스트하우스를 통과하면 가장 먼저 '오색연못'과 만난다. 연못은 비단잉어 500여 마리로 '물 반 고기 반'. 비단잉어는 빨강·노랑·검정 그리고 이 모든 색이 섞여 어떤 빛깔과 무늬를 띠느냐로 미추(美醜)를 가린다. 비단잉어는 금붕어나 열대어와 달리 옆이 아니라 위에서 감상한다. 그래서 연못을 가능한 한 낮게 만들고 그 위로 구름다리를 봉긋하게 만들었다.

오색연못을 지나 안내센터와 식당 등이 있는 웰컴하우스 뒤로 '베어트리 정원'이 나온다. 주황·빨강·노랑·진분홍 꽃들이 기하학적 패턴으로 심겨 있다. 정원을 가로질러 언덕길을 오르면 반달곰과 공작새, 꽃닭, 원앙새 등이 있는 애완동물원이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기 반달가슴곰 '용이' '강이' '산이'가 엄청나게 인기다. 지난 22일 이곳을 찾은 유치원 아이들이 사육사가 안고 나온 아기곰들을 보자 까무러칠 듯 좋아하며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다.

애완동물원 뒤로 어른 반달가슴곰들이 모여 사는 '반달곰동산'이 있다. 이곳에 사는 반달곰이 무려 150여 마리나 된다. 이 회장이 지인에게 선물 받은 반달곰이 '번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숫자가 불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협적이지도 않다. 이 곰들의 머릿속에는 '사람=음식'이란 등식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사람이 난간에 다가가면 아래쪽으로 몰려온다. 베어트리파크 관계자는 "사육사가 다가올 때마다 먹이를 주니까 사람을 보면 식사한다는 반복학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한 통에 1000원 하는 당근을 던져주면 받아먹지는 못하지만 땅에 떨어지면 얼른 집어 먹는다.

반달곰동산을 지나자 '야생화동산'이다. 여기서부터 수목원 느낌이 난다. 한국 산과 들에 서식하는 야생화를 모은 산책로다. 여기를 지나 조금 오르면 '전망대'다. 수목원 가장 높은 지점이다.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언덕을 내려와 반달곰동산을 오른쪽에 두고 직진하면 '곰조각공원'과 '송파정(松坡亭)'을 지나 1000여 평 규모 '열대식물원', 연꽃이 가득한 '수련원', 보랏빛 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창포 사이로 산책할 수 있는 '아이리스원' '분재원'을 지나 '만경비원'에 닿는다.

만경비원은 "관람객에게 여기만은 꼭 보시라고 권한다면 어디냐"고 묻자, 이재연 회장이 주저 없이 꼽은 곳이다. 입장료와 별도로 관람료 2000원을 따로 내야 하는 게 걸리지만, 자동문이 열리자 초현실적 풍경 한가운데 선 내가 보인다. 핑크·보라·노랑·하얀색 화려한 양란 수백개가 문을 들어선 관람객을 360도 둘러싼다. 자동문이 양옆 반원형 벽을 따라 층층으로 놓인 양란 화분 수백개가 맞은편 거울에 반사돼 연출하는 광경이다. 왼쪽 출입구를 따라 올라가면서 로즈마리·세이지·라벤더 따위의 허브를 손으로 만지며 냄새를 맡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다. 분재와 이끼와 돌과 나무화석을 이용해 한국의 부드러우면서도 아늑한 산천을 미니어처로 재현했다. 마치 소인국에 들어선 기분으로 한국의 자연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만경비원을 나와 '향나무동산'을 걸어 내려왔다. 잘 자라지 않는 향나무 수십 그루가 삼나무처럼 치솟았다. "자연은 정성을 쏟는 만큼 보답한다"는 이 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아기곰을 만지며 신기해하던 유치원 아이들이 즐겁게 재잘대는 소리가 앞에서 들린다.

▲ 곰 캐릭터 스틱(위), 곰 캐릭터 열쇠고리(아래).
◆개장시간 5~8월 오전 9시~오후 8시. 입장은 폐장 2시간 전까지 가능.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설·추석 연휴 휴관. 관람료(4~10월) 어른 평일 9000원·주말 1만원, 중고생 평일 7000원·주말 8000원, 어린이 6000원. 만경비원 관람료 2000원 별도.

이건 지켜주세요_ 화단과 관람지역 외 보호구역은 출입이 금지된다. 식물이나 씨앗, 토석을 채취하면 안 된다. 수목원 전 지역은 금연구역이다. 애완동물이나 음식, 술, 카메라 삼각대, 인화성 물질, 음향도구 등을 가지고 들어오면 안 된다.

◆'스톤 그릴(Stone Grill·2만9000원)' 강추. 300도 오븐에서 8시간 달군 돌에 립아이스테이크를 직접 구워 먹는다. 웰컴하우스 식당 조리장은 "앞뒤로 딱 2분씩만 구워 드시라"고 했다. 크림해물파스타 1만3000원, 피자 1만5000원, 갈비탕 7000원, 새싹비빔밥 60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아이스커피 5000원.

◆아이와 함께라면 관람 전 웰컴하우스 내 체험관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EVA라는 스펀지와 합판 중간쯤 되는 재료를 사용해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곰 캐릭터를 아이와 함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즉석에서 선캡을 만들어 아이에게 씌워줘도 된다. 선캡 7000원, 왕관 7000원, 곰 캐릭터 스틱 3000원.

◆경부고속도로-천안분기점-천안논산간고속도로-남천안IC-송성리 진입로-베어트리파크

◆(041)866-7766 www.beartree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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