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스릴러
  • 등록 2006-11-01 오후 12:15:00

    수정 2006-11-01 오후 12:15:00

[조선일보 제공] ‘프레스티지’에 대한 평이라면, 다른 이야기로 에둘러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메멘토’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이 다시금 작심하고 만든 스릴러라는 점과, 결말을 발설하지 말아달라며 ‘침묵 서약 시사회’를 여는 영화사의 마케팅 방향은 어차피 이 작품 성패가 반전(反轉)의 순도와 충격에 집중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프레스티지’의 결말은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 ‘메멘토’의 뒤를 이어 ‘반전의 전당’에 오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에게 거의 정보를 주지 않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느닷없이 깜짝쇼로 반칙을 저지르는 스릴러가 숱한 상황에서 이 작품의 반전은 충분히 흥미롭고 위력적이다.



친구 사이인 앤지어(휴 잭맨)와 보든(크리스천 베일)은 정상의 마술사를 꿈꾸며 기술을 갈고 닦는다. 함께 수중탈출 마술을 펼치다가 보든이 묶은 매듭 때문에 앤지어의 아내가 죽자, 복수심에 불탄 앤지어는 보든이 권총 마술을 펼칠 때 끼어들어 그의 손가락을 날린다. 악연이 깊어지는 가운데 앤지어는 순간이동마술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조수인 올리비아(스칼렛 요한슨)를 보든에게 보낸다.

반전에 승부를 거는 영화들은 모든 상황을 일거에 뒤집으려는 의도 때문에 극 전체의 자장이 뒤틀려버리는 단점을 갖기 쉽다. 능숙하고 창의적인 크리스토퍼 놀런은 ‘프레스티지’에서 보든과 앤지어의 반전을 각각 독립적으로 묘사하다가 막판에 뒤얽는 방식을 통해서 영화 전편에 논리와 탄력을 함께 공급한다. 괜찮은 반전 영화가 늘 그렇듯, 결말까지 보고 나면 이전에 모르고 지나쳤던 장면들의 의미를 곱씹기 위해서라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두뇌게임을 원하는 능동적 심리와 크게 한 방 뒤통수 맞기를 원하는 수동적 심리가 공존하는 관객의 이중적 기대를 적절히 충족시킬 만하다.

사실 이 영화엔 반전 말고도 즐길 만한 요소가 많다. 100년 전 런던의 풍광을 재현해 낸 미술, 현란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촬영과 편집이 그렇다. 휴 잭맨의 연기가 괜찮고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는 더 괜찮다. 에디슨의 라이벌 과학자 테슬라로 등장하는 데이비드 보위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여주인공격인 스칼렛 요한슨은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아마데우스’처럼 라이벌인 두 남자 사이의 강렬한 애증을 이야기 동력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작품 전체에 흐르는 냉기가 드라마의 잠재적인 감성까지 얼려버리고 만 것도 아쉽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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