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전쟁 - Economist

  • 등록 2000-04-07 오후 6:28:55

    수정 2000-04-07 오후 6:28:55

‘먼로 파크의 마술사’인 토머스 에디슨이 살었던 당시 그의 실험실에 몰려든 사람들은 일반인 뿐만이 아니었다. ‘Robber baron’이라고 불리는 탐욕스런 자본가들도 연구실을 찾았다. 에디슨의 특허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였다. 그들은 소송을 벌였고, 대중의 흥미를 끌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특허를 둘러싼 전쟁(patent wars)을 소개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미국에서 특허 건수가 지난 10년간 2배나 늘었다. 출원이나 인증이나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그 속도가 더 느린데, 그 이유는 특허 사무소가 느릿느릿하게 처리하기도 하지만, 법이 경쟁자를 물리치는데 있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가 글로벌화하고 있다. 미국 특허가 미국 밖에서는 힘을 쓸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만약 미국에서 특허를 인정받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같은 아이디어로 미국 밖에서는 특허를 딸 수가 없다. 또 세계의 특허 시스템이 느리긴 하지만 통합되고 있다. 국제연합 지적재산권기구(WIPO)가 그렇다. 미국에서 특허 붐이 일어난 원인의 일부는 정부 때문이다. 지난 세기에 특허 대전이 일어난 뒤, 정부는 특허를 창조를 위한 동기유발이 아닌 독점적 자본가의 도구로 인식했다. 법원은 애매한 태도를 보였고, 경합관계에 놓인 특허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1980년에 그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허 분쟁 항소 법원이 설립됐다. 법원이 세워지기 전에는 대략 특허권 소유자 셋 중 하나가 승소했으나, 법원이 설치된 이후 3분의2 정도가 이겼다. 1980년에 생명공학, 유전자가 특허로 인정했으며, 1981년에는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1998년에는 비즈니스 모델도 특허가 됐다. 특허에 대한 기업들의 태도도 변했다. 1980년대에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자들이 아시아의 기업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였다. 그들은 보복 수단을 찾았고, 특허를 끄집어내 그들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들을 찾아갔다. 몇 건이 소송으로 갔고, 몇 건은 돈으로 해결됐다. ‘다락방의 램브란트’라는 책에 의하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내쇼널 세미컨덕터는 공격적인 특허 정책 덕분에 1990년대 초반의 도산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변화의 뒤에는 몇몇의 공격적인 변호사들이 아닌 다른 무엇이 있었다. 경제의 근본적 변화가 그 배후다. (비즈니스) 생활이 더욱 경쟁적이 돼가면서 기업들은 진입장벽이 무엇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했다. 옛날식의 답변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자본? 돈으로는 안된다. 노동력? 이직률이 높다. 시장 선점의 이점? 일시적이다. 브랜드? 덧없다. 기업들은 20년 동안 정부가 인정해주는 독점이 진입장벽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델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자. 주문생산 시스템의 제조 및 테스팅 과정이 너무 복잡하게 돼 있는데, 델이 특허를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경쟁자들이 이를 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힘들게 애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었다. 델은 1990년대 중반에 특허 출원을 했다. 기계가 아니었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주문생산 방식이었다. 현재 델은 77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델의 지적재산권 부사장인 헨리 그래나는 “쓸데없는 노력으로 비쳐졌지만, 컴퓨터에 쓰이는 많은 기술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다. 그리고 모두가 인텔의 칩을 쓰고, 같은 하드 드라이버 공급선을 갖고 있다”라면서 “이쪽 업계에서는 특허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랜솜 앤드 프레스맨이라는 로 펌의 밥 브랜솜은 “누구나 항상 남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사자끼리 분쟁이 생겼을 때의 무기는 특허의 양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해결책은 상호 특허 이용 협정을 맺거나 돈으로 해결하는 것인데, 이는 특허 파일의 상대적인 두께에 달려있다. 특허가 방어용만은 아니다. 특허는 기업의 가치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이다. 몇 년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연구만 하는 생명공학 기업들이 그렇다. 몇몇 기업은 수익을 내는데 특허를 이용한다. 1990년대까지 IBM은 특허를 방어무기로만 사용했다. 그런데 이 전략이 변했다. 라이센스를 파는 것이다. IBM이 라이센스로 벌어들인 수입은 1994년의 5억 달러에서 1999년에는 15억 달러로 증가했다. 현재 IBM의 5번째 수입원이다. IBM은 매 영업일마다 10개의 새로운 특허를 얻는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오러클, 델, 노벨 등의 특허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만 특허로 만들지 않는다. 기술의 새로운 영역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특허를 사용한다. 이것을 ‘전략적 특허만들기(strategic patenting)’라고 부른다. 새로운 영역의 기업들도 특허를 얻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특허가 치솟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조쉬 러너의 논문에 따르면 1999년에 금융 특허가 두 배가 됐다. 메릴린치는 16개, 씨티그룹은 14개를 갖고 있다. KPMG의 조 지어는 “빅5 회계법인들 대부분이 컨설팅 과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컴퍼니의 짐 로즈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1993년에 인터넷을 통해 음악과 영화를 전송하는 독점권을 얻었다. 음반 및 영화회사들은 멍청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한 음악 배급사가 고소상태에 처해 있으며, 다른 곳들은 로열티 요구를 받고 있다. 제이 워커의 경우는 더하다. 그는 자신의 기업을 에디슨의 먼로 파크의 실험실로 비유한다. 지금까지 워커가 만든 기업인 워커 디지털은 12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역경매다. 역경매가 110억 달러의 시가총액 회사인 프라이스라인닷컴을 탄생시켰다. 워커는 그중 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특허에 대한 반대도 많다. 특허가 너무 광범위해서 경쟁자를 잠재적인 시장에서 축출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것.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또 독점적 기업을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이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인들도 특허의 폐해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허 때문에 소송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워커는 빌 게이츠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피디어라는 여행 사이트가 역경매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 아마존은 반스앤노블에 대해 원 클릭 구매 방식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비즈니스 모델의 전반적인 특허는 인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1998년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 사건에서 법원은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다라는 것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팀 오라일리라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매뉴얼 출판업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논쟁을 벌었다. 논쟁 끝에 베이조스는 개혁을 제안했다. 누가 처음 발명했는 지를 조사할 수 있게 특허청에 데이터베이스를 제출하고 소프트웨어나 비즈니스 방법의 특허연한을 3~5년으로 단축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20년으로 돼 있다. 베이조스는 변화를 지지하는 유일한 비즈니스맨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초기의 특허전쟁 스토리를 보면, 특허 소유권자(에디슨 조차도)가 특허 시스템을 남용했다. 그 결과로 특허 시스템은 호응을 얻지 못했고, 특허보호는 약화됐다. 비즈니스도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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